SBS ‘그알’, 오송가정주부 실종사건 방영…안남기 연관성 제기
도급택시가 범죄수단 활용, 현재도 여전…5일만에 회사 들어가

▲ 지난 9일 SBS ‘그것이알고싶다’ 제작진은 ‘36번 국도와 살인택시’ 방송을 통해 청주 연쇄살인범 안남기가 도급택시를 이용한 여죄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진은 SBS방송 캡쳐 화면
▲ 안남기 범죄 이력. 사진은 SBS 방송 갭처화면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36번국도와 살인택시’편 방송이후 불법인 도급택시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방송에 출연한 전 청주 P택시 직원은 “안남기가 트렁크에 시신을 싣고 다니며 영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도급택시 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것이알고싶다’(이하 그알)는 방송에서 2005년 옛 청원군 오송에서 벌어진 주부 조상묵(당시 49세) 실종사건에 연쇄살인범 안남기가 도급택시로 범행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청주시에 안남기의 연쇄살인과 2012년 고교생 택시기사 사망사건에 이용된 도급택시가 여전히 만연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9일 SBS '그알‘은 2005년 발생한 청주시 오송읍 조상묵씨 실종사건을 다룬 ’36번 국도와 살인택시‘편을 방영했다. 36번 국도는 청주에서 오송, 조치원을 거쳐 세종시를 연결하는 도로다. 이날 ’그알‘이 방송한 내용의 핵심은 2가지다.

첫째는 조상묵 씨 실종사건과 청주지역 여성성폭행 연쇄살인범 안남기의 범행 수법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범행수단으로 택시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으며 안남기가 ‘도급택시’를 통해 흔적을 남기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방송에 출연한 이수정(범죄심릭학) 교수는 “안남기의 범행에서 2004부터 2009년 사이 너무 긴 공백기가 있는 것이 이상하다”며 “2010년 검거될 당시 범행을 볼 때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데 그 사이 이렇게 긴 공백기를 가졌다는 것이 이상하다”고 밝혔다.


 

안남기와 도급택시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안남기의 범행은 성폭행과 부수적으로 현금갈취가 주된 범행이다. 그가 편취한 금액을 보면 금액들이 그리 크지 않다. 이런 점이 조상묵 씨의 사건과 비슷한 점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SBS ‘그알’ 제작진은 영상전문가의 분석을 통해 조상묵 씨의 카드로 현금을 인출한 장면에 찍힌 CCTV 화면에 등장한 인물의 키를 167~173cm로 분석하고 안남기의 체형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또 현직 경찰인 차상학 경감의 말을 빌려 조상묵 씨가 납치 될 당시 범행도구로 택시가 사용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알’ 제작진의 의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알’은 방송에서 “안남기는 검거이후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대리운전을 했다고 진술했지만 택시기사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그알’ 제작진이 근거로 제시한 것은 도급택시.

도급택시는 택시 기사를 고용해 월급을 주며 영업하는 것이 아니라 렌트카 처럼 임대료만 받고 차량을 내주는 것을 말한다. 차량 정비나 수리, 가스비 등은 도급택시기사가 부담한다. 회사에 출퇴근을 거의 하지 않다보니 회사는 누가 차량을 모는지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또 도급택시 기사가 신원을 알 수 없는 또 다른 제3자에게 하도급을 주기도 한다.

▲ 2009년 무심천 살인사건 몽타주. 범인은 결국 안남기로 밝혀졌다. 사진은 SBS 방송 캡처화면

경찰 “도급택시요. 회사이름인가요?”

SBS ‘그알’은 방송에서“안남기 대리기사만 했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그는 예전에 도급택시 기사였다”고 보도했다.

방송에서 안남기가 범행당시 다녔던 청주 P택시 전 직원 A씨는 “안남기가 트렁크에 시신을 싣고 영업을 다닐 수 있었던 것은 도급택시 기사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대 근무자라면 시신을 트렁크에 넣고 교대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P택시 관계자는 “안남기가 대리기사를 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며 “택시와 화물차를 몰았던 것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SBS ‘그알’팀은 이런 정황을 근거로 당시 안 씨의 여죄를 수사했던 경찰에게 “안남기가 도급택시를 몰았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수사를 진행했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도급택시. 그게 뭐에요? 회사이름인가요?”라고 말했다.

‘그알’ 제작진은 경찰이 안 씨가 도급택시를 몰았을 가능성을 배제하고 수사를 진행하면서 조상묵 씨 실종사건에 그가 용의선상에 제외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방송에서는 안남기가 범행대상을 물색할 때 사용했다는 “학생이에요. 직장인이에요”라는 질문을 받았다는 제보자가 나타나 전율을 느끼게 했다. 이 여성은 “차량에 타자마자 문이 잠겼다. 행선지도 묻지 않고 차량은 출발했고 이같이 질문했다”며 “지금 보니 그 택시기사가 안남기의 외모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목격담은 인터넷 까페에서도 등장했다. 청주지역 거주 여성들만 가입할 수 있는 인터넷 까페에도 이같은 글이 올라왔다. ‘그알’ 방송 이후 SNS를 통해 “소름 돋는다”, “무서워서 택시를 타지 못하겠다”, “도급택시 아직도 많다. 너무 무섭다”는 글들이 게재됐다. 한편 SBS ‘그알’팀은 그동안 본보가 보도했던 내용을 중심으로 자문을 구했다.

 

“6일에 한번 회사 들어갑니다”…관리 허술

2012년 도급택시 25대 적발돼…청주시, 관련자료 공개 거부해 

2010년 안남기가 검거된 것은 우연히 포착된 CCTV 화면이 결정적이었다. 안남기가 자신의 택시 트렁크에서 살해된 B씨를 유기하는 장면이 촬영됐고 이것이 결정적 단서가 됐다. 당시 연쇄살인범 안남기는 살해한 B씨의 시신을 차 트렁크에 실은 채 택시영업을 계속한 것으로 알려져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안남기가 대범하게 범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도급택시였기 때문이다. 만약 전액관리제의 의해 매일같이 회사에 차량을 입고해야 했다면 타량을 트렁크에 유기한 채 돌아다니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처럼 안남기의 범죄는 회사로부터 통제받지 않은 도급택시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청주시내 택시중 상당수가 5일 근무뒤 돌아오는 휴차일에만 회사로 차량을 입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 모 회사 택시기사 C씨는 “나는 24시간 내 혼자 차량을 모는 ‘독발이’ 기사다. 6일에 한번 휴차일 에만 회사에 들어 간다”며 “독발이 차량 대다수가 나와 같은 방식이다”고 말했다.

2010년 안남기 연쇄살인사건 이후 성폭력 전과자 등이 택시를 몰수 없도록 하고 도급택시에 대한 규정이 강화됐지만 별 실효성이 없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8월에는 청주에서 성폭력 전과 등 21범의 전과자가 수 년간 택시 운전을 하면서 술에 취한 여성 승객들을 상대로 성폭행을 저지른 사실이 밝혀졌다. 그는 택시면허가 없던 시절에는 도급택시인 일명 ‘스페어기사’를 하며 성범죄를 저질렀다.

2012년 8월 1일에는 18세의 미성년자가 몰던 택시가 앞 차를 추월하려다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전복됐다. 이 사고로 여고생 한 명이 숨지고 친구 2명도 크게 다쳤다. 사고를 낸 미성년자는 택시 면허조차 없었다. 경찰 조사결과 도급택시 기사인 아는 지인으로부터 재 도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당시 청주시는 도급택시가 아니라고 회사를 비호해 빈축을 샀다.

이 사고 후 청주시는 ‘도급택시 근절을 위한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도급택시 신고 포상제’를 시행하는 등 요란법석을 떨었다.

당시 청주시는 도급택시 단속을 통해 청주시 관내 5개 회사에서 도급택시 25대를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소속 회사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해 10월 29일에는 청주시내 도급제 택시기사가 회사와 짜고 실업급여를 부정하게 수급하다 적발됐다. 당시 적발된 기사만 14명에 달했다.

김관식 공공노조택시지부장은 “개선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도급택시는 여전히 활개치고 있고 제2의 안남기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본보가 지난해 6월 도급택시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3년간 월별 법인택시 회사가 신고한 차량 운영대수 및 택시기사 신고인원 현황’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청주시는 “택시기사 신고인원 자료 부존재”하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안남기와 같은 성폭력 전과자가 택시를 운행하고 있는 지 단속해야 할 청주시가 눈감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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