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휴차일 차고지 입고해야…준수율 8%, 무용지물 전락
택시회사, ‘현실 안맞다’ 지적…김병국 의장 회사도 안 지켜

연중기획! <공포특급 도급택시>

⓵ 택시기사는 어디에?

⓶ 텅빈 차고지…사라진 택시

본보는 지난 호에서 정상적으로 관리되지 않는 택시 실태에 관해 보도했다. 2005년 옛 청원군 오송에서 벌어진 주부 조상묵(당시 49세) 실종사건을 다룬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방영된 내용을 소개하고 통제되지 않는 택시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당시 방송에 출연한 전 청주 P택시 직원은 “연쇄살인범 안남기가 트렁크에 시신을 싣고 다닌 채 3일 동안 영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도급택시 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P씨의 지적처럼 연쇄살인범 안씨가 도급기사가 아니여서 다른 기사와 교대를 하고 매일 차량을 회사에 입고 해야 했다면 이 같은 범죄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문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연쇄 살인범 안 씨의 사례처럼 택시회사가 사실상 택시기사들의 관리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본보는 지난 호에서 “일명 ‘독발이’로 불리는 택시는 회사의 관리도 받지 않고 운행을 하다가 6일에 하루 정도만 회사에 들어 간다”고 보도했다. 택시회사의 허술한 차량 관리 실태를 보도한다. (편집자)

▲ 텅빈 택시회사 주차장 전경. 6일에 하루 꼴로 차량운행을 중단하는 택시 휴차 차량이 차고지에 있어야 하지만 택시회사의 차고지는 텅텅 비어있다.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안남기 연쇄살인사건의 빌미가 됐던 허술한 차량관리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택시 기사들은 3일이나 6일에 한 번 잠깐 회사에 들어가 사납금만 내면 됐다. 심지어 휴차 일에도 차를 반납하지 않고 개인 용도로 사용해도 법인택시 회사는 이를 방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등 관련 규정에 따르면 법인택시 소속 차량은 운행을 하지 않는 휴차일에는 신고된 차고지에 차량을 보관해야 한다. 또 택시기사의 근무 교대도 회사 차고지 내에서 이뤄지게 돼 있다.

본보는 해당 조항의 준수 여부를 청주 주요 법인 택시회사의 차고지 실태를 취재했다. 취재 결과 택시회사의 차고지는 텅텅 비어있었다. 특히 승객이 적어 택시 운행이 상대적으로 적은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2개 택시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 차고지에 주차된 차량은 아예 없거나 한 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 점검 결과 8개 법인택시 회사 차고지에 주차해 있는 차량 대수는 8대였다. 반면 8개회사가 보유한 전체 차량 면허대수는 521대로 주차해 있는 차량은 1.6%에 불과했다.

법인 택시회사의 텅빈 차고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현재 청주시는 법인택시 운행을 6부제로 운영하고 있다. 법인택시는 5일 동안 운행한 뒤 하루를 의무적으로 운행을 정지하는 방식이다.

휴차 기간 동안 차량을 정비하고 택시기사는 휴식을 취하게 된다. 따라서 8개 회사가 보유한 차량 중 매일 1/6은 휴차를 하게 된다. 이를 전체 대수로 환사하면 87대가 차고지에서 관리돼야 하지만 실제는 8대만 차고지에 관리돼 있었다.

 

방치된 택시…눈 감은 관리

차고지 밖으로 나온 택시는 어디로 갔을까. 가경동에 소재한 A 아파트 단지. 이곳 아파트 주차장에서 법인 택시 차량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지난 13일 이곳 단지내에서 발견한 차량만 9대. 택시 기사가 차량을 회사에 입고하지 않고 거주지 근처에 주차한 것을 쉽게 알수 있다.

하지만 이런 행위는 현행 법률에 모두 위배된다. 우선 법인택시는 차고지가 아닌 곳에서 밤샘주차를 할 수가 없다. 밤샘 주차를 하다 적발되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에 의거 10만원 과징금 부과 대상이다. 택시 기사들의 근무 교대도 회사 안에서만 이뤄져야 한다. 서울시 같은 경우 회사 차고지 밖에서 근무 교대를 신고할 경우 포상금까지 지급한다.

신고된 차고지 장소에서 교대하지 않은 채 도급 택시나 불법 대리운전 등에 악용되는 사례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청주시 교통과 관계자도 “휴차일에는 차량이 반드시 신고된 회사 차고지에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택시회사들은 업계 형편상 차고지내 교대와 휴차일 회사 차량 입고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모 택시회사 관계자는 “휴차일에 차량이 회사로 들어와야 하지만 현실에선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사들이 회사로 들어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 가뜩이나 기사 구하기도 어려운데 매일같이 회사로 들어오라고 하면 다들 그만 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택시회사 관계자는 “매일 같이 들어오면 회사는 입금도 안 밀리고 좋겠지만 보통 3일에 한번 들어와 입금을 한다. 이것도 여의치 않은데 매일같이 회사에 들어오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 이야기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은 김병국 청주시의회 의장이 운영하는 택시회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 의장은 현재 본인이 대표로 등재돼 있는 C택시를 운영하며 J교통의 경우 임원으로 되어 있다. 두 회사 통틀어 차고지에 주차돼 있는 차량은 1대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C택시 관계자는 “차고지에 있는 것이 법적으로 맞지만 현실에선 매우 어렵다”며 “쉬는 날 볼일 보러 끌고 나가시는 분도 있다. 말처럼 쉬운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근무 여건이 좋지 않다보니 기사 구하기가 어렵다. 택시기사 여론에 반해 회사로 들어오라고 하면 일할 사람을 못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청주시의회 의장이라고 해서 꼭 법대로 다 지킬 수는 없지 않냐”며 “관련 규정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이러는 사이 안남기 사건 이후에도 이와 관련된 범죄는 계속됐다. 2012년에는 택시기사로부터 재 도급을 받은 고등학생이 택시를 몰다 사고를 내 승객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매일같이 회사로부터 관리를 받았다면 발생할수 없는 사건이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청주시는 서류상의 점검만 하는 등으로 단속의 손을 놓고 있었다. 청주시 관계자는 “차고지 입고가 거의 안 되는 것으로 안다. 법 위반은 맞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단속 여부를 묻자 “운행일지 등 서류상으로 점검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남기 도급택시 연쇄살인사건의 파장은 컸지만 상황은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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