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오옥균 취재부장

오옥균 부장

“꼭 필요한 시설인 걸 알지만 우리 동네는 안 된다”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혐오시설로 분류되는 공공시설의 입지 선정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청주 제2 쓰레기 매립장 또한 마찬가지이다. 40년간 해마다 최대 10억원의 주민지원기금을 지급하고, 주민숙원사업비와 주민편익시설 사업비로 각각 50억원을 지원한다고 약속했지만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세 번의 공모가 모두 불발에 그치고, 네 번째 공모에서야 두 개 마을이 신청해 후기리 일대를 후보지로 선정할 수 있었다.

“힘들게 만든 불씨를 왜 스스로 꺼뜨리려 하는가?”

노지형 전환 카드를 빼든 청주시에 대한 대중들의 궁금증이다. 만약 4차 공모에서 지붕형이 아닌 노지형으로 공모했다면 후보지로 나선 마을이 있을까?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분명한 사실은 지붕형이 혐오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을 일부 해소시킨다는 점이다. 간접 경험을 통해 지붕형이 노지형보다 친인간적·친환경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환경과 기술이 개선돼 매립장 악취와 오염 위험성이 현저히 줄었다고 하더라도 매립장 악취와 오염위험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주민들의 생활 측면에서 노지형은 지붕형 위에 설 수 없다.

그런데 일이 묘하게 돌아갔다. 해당마을 주민들이 먼저 나서 노지형 전환을 제안한 것이다. 스스로 기자회견을 연 주민 10여명은 “지붕형으로 조성할 경우 아파트 20층 높이의 거대한 옹벽구조물을 바라보며 살아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들은 또 “제2매립장에서 취급할 불연성 매립물은 환경오염을 시키지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시민들의 혈세인데 많은 예산을 들여 지붕형으로 매립하는 것은 예산낭비”라고 덧붙였다.

이들의 주장은 어딘지 모르게 낯설고 어색하다. 수용하는 주민들의 입장이라면 예산을 더 들이더라도 냄새 안 나고, 사는데 불편하지 않게 해달라고 하는 게 인지상정인데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가 주민 인식을 폄하했을 수도 있다. 대다수의 주민들이 자신의 이익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우선해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총 400억원에 이르는 주민지원기금에 대해서도 언급이 있어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또한 전국 쓰레기 매립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민-민 갈등의 원인이 보상·지원금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청주시의원의 골프여행 스캔들이 풀리지 않는 매듭의 실마리가 될 지 관심을 모은다. 지난 3월 16일 열린 청주시의회 임시회에서 김용규 의원은 매립장 조성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사악한 일부 주민과 기업의 청주시 행정 농단”이라고 규정했다. ES청원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여기에 청주시가 놀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또 해당마을을 엘도라도에 비유하며 주민들을 황금을 좇는 사람들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매립장 진행과정에서 마을주민들이 ES청원과 별도의 협의를 진행했고, 금전이 오갔다는 풍문을 전하기도 했다.

지붕형과 노지형 논란이 단순한 시각차가 아닌 외부 힘에 의한 작용이라면 큰 문제이다. 청산해야 할 적폐가 있다면 발본색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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