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 없으면 신문도 없다’며 옥천사회적경제함께만들기 시동
2013년 옥천순환경제공동체 창립…100여명의 주민·단체 힘보태

사회적기업 10년, 나와 옥천 돌아보기(2)

<정순영의 일하며 생각하며>
정순영 옥천순환경제공동체 사무국장

지난번 글에서 언급했듯 옥천에서 사회적경제 운동을 해보겠노라 결심했지만 무엇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막막할 수밖에 없었다. 옥천사회적경제의 밑그림을 그려 나가는데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사회적경제 전문가와의 만남이 절실했다. 그런 간절함이 통한 것일까?

2010년 ‘옥천사회적경제함께만들기’ 프로젝트의 든든한 동지를 만나게 되니 바로 사회투자지원재단이 그 주인공이었다. 사회적경제와 관련해선 국내 최고의 전문성과 지원 역량을 가진 사회투자지원재단이 당시 ‘사회적경제함께만들기 지원사업’에 함께 할 지역을 공모했다. 옥천이 이에 도전해 함께만들기 지역으로 선정됨으로써 옥천의 사회적경제 관련 활동이 급물살을 타게 된다. 사회투자지원재단은 당초 프로젝트 협약 기간인 2011년~2013년을 훌쩍 넘긴 2017년 현재까지도 옥천, 그리고 공동체와 함께 하고 있다.
 

2011년 2월 열린 옥천사회적경제함께만들기 협약식 사진./ 출처=옥천신문

옥천신문사, 프로젝트 시작

그렇다면 사회투자지원재단에 ‘옥천에서 사회적경제를 함께 만들어보자’고 손을 내민 옥천의 주체는 누구였을까? 바로 옥천신문사였다. 사실 든든한 외부 전문가가 있어도 지역의 사회적경제를 활성화 하는 일은 결국 지역 주민들의 몫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2010년 당시 옥천에선 ‘사회적경제’라는 용어가 논의되는 것은 고사하고 사회적기업조차 한 군데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를 처음 지역에 소개했던 옥천신문사는 그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이 프로젝트를 직접 수행해 나가기로 결정한다. 사실 그 즈음 신문사에서 동료들과 나눴던 이야기들을 떠올려보면, 결국 옥천이라는 지역이 없으면 옥천신문도 없는 것인데 옥천이라는 지역의 미래를 어떻게 그려가야 할지, 신문을 만들면서도 막막해지는 순간이 많다는 속내를 털어놓곤 했다.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대전과의 통합을 바라는 주민 목소리도 적지 않고, 지역의 인적·물적 자원들이 인근 도시로 급속도로 빠져나가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는 현실에서, 신문을 아무리 잘 만들어본들 그것을 소비해 줄 옥천이라는 지역이 무너지면 다 끝인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바로 그러한 고민의 끝에 옥천사회적경제함께만들기 프로젝트가 있었다. 옥천이라는 지역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자원이 지역 안에서 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 시급해보였고 이는 기존의 자본주의적 방식에만 기대선 불가능하다는 것이 옥천신문의 판단이었다.

당장 옥천이 협동경제가 지역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스페인 몬드라곤처럼 될 수는 없더라도 지역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데 ‘협동’과 ‘연대’라는 대안적 방식을 주민과 함께 시도해보는 것, 그리고 가능한 영역부터 지역순환경제의 틀을 조금씩 갖춰나가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한 변화를 함께 만들어 갈 지역의 사람들을 모아내는 것, 바로 이 세 가지를 이정표 삼아 옥천사회적경제함께만들기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3년 동안 옥천신문사는 함께 만들기가 목표를 향해 잘 갈 수 있도록 없는 살림에도 예산과 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3자 협약을 통해 진행된 함께만들기 프로젝트의 또 하나의 지역 주체가 있었으니 바로 옥천군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옥천군과 사회적경제를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은 ‘노오~력’해도 ‘차~암’ 쉽지 않았다. 프로젝트 초반 함께 했던 담당 공무원들은 나름 사회적경제라는 새로운 영역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부하려 하고 민간과 함께 일하는데 매우 열린 자세를 보였지만 그러한 노력들이 공직사회 내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면서 프로젝트 결합 동력이 급격히 떨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옥천군수, 공약 내걸었으나 의지 無

물론 이렇게 된 데는 본인이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음에도 당선 이후로는 그를 실천할 의지를 그다지 보이지 않은 옥천군수의 책임이 가장 클 것이다. 어쨌든 현재로선 옥천군은 사회적경제에 대해 관심도 없어 보이고 관련 정책이나 계획들도 전무한 상황이다. 지방선거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다음 민선7기 옥천군과는 새롭게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지역의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뭔가 함께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은 하고 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는 아직 막막한 상황이다.

그리고 끝으로 옥천순환경제공동체. 옥천사회적경제함께만들기를 추진하며 신문사도, 옥천군도 아닌 이후 지역의 사회적경제운동을 이끌고 나갈 민간 영역의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고민들이 모아졌고 그 결과 2013년 11월 옥천순환경제공동체가 창립됐다. 3년의 함께만들기 과정에서 설립된 지역의 사회적기업들이 창립 주축이 됐고 사회적경제를 지지하는 100명이 넘는 옥천 주민 및 지역 단체들이 지금까지 공동체와 함께 하고 있다.

다음 글에서는 지난 3년 동안 공동체가 어떤 활동들을 해왔고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들은 무엇이며 어떤 해결방안들을 고민하고 있는지 풀어보려 한다. 솔직히 문제는 명확해 보이는데 해결방안은 미지수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병은 소문내라’는 옛말도 있지 않던가. 어려움을 계속 이야기하다보면 결국 해결 방안도 나오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가져보는 수밖에.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