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입주자대표회, 관리방식 등 급진개혁 벽에 부딪쳐
회장 직무대행 법원 지명 불구, 권한 남용 여부 또 논란

청주의 대표적인 프리미엄급 아파트인 지웰시티 1차가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을 둘러싼 입주민간 갈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아파트 관리방식을 바꾼 입주자대표회장이 입주민의 불신임 투표와 법원의 직무정지 가처분으로 물러났다. 법원이 지정한 입주자대표회장 대리인은 관리소장을 직무정지시키고 새로운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을 위한 투표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밀려난 대표회장과 관리소장은 법적 문제점 등을 주장하며 끝까지 맞서고 있다.
 

청주시 복대동 지웰시티 1차 아파트.

청주의 ‘불야성’처럼 우뚝 선 49층 최고급 아파트는 서부 도심인 대농지구의 상징이 됐다. 그런데 지난 3월 아파트관리방식을 기존 위탁관리에서 자치관리로 바꾸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입주자대표회의(이하 대표회)는 아파트 위탁관리업체인 신영의 계열사 신영에셋이 하자보수 등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주민 직접 관리방식으로 전환했다. 동 대표 6명이 결의해 입주민 찬반서명을 받는 방식으로 51.6%의 동의를 받아 과반수를 넘겼다.

하지만 반대 입장의 주민들은 ‘맘 편한 아파트를 만들기 위한 입주자 모임’(이하 맘만위)을 구성해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3월말 시청 기자회견을 통해 “미성년자, 휴가 나온 군인 등도 서명해 동의을 받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승인취소를 시에 요구했다. 이에 대표회는 “법적 절차인 주민고시를 통해 알렸고, 공청회를 해야 한다는 법적 규정은 없다. 규약에 따른 이의제기 기간이 5일인데 아무런 이의신청도 없다가 뒤늦게 문제를 삼는 것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맘만위는 관리방식 변경에 대한 반발과 함께 새로 임명된 관리소장 Q씨에 대한 불신감도 드러냈다. 당초 Q씨는 위탁관리업체인 신영에셋이 입주당시 채용한 소장이었다. 하지만 신영을 상대로한 아파트 하자 요구 과정에서 느닷없이 해임됐다는 것. 일부에서는 ‘주민들 편에서 하자 대응을 하다 미운 살이 박혔다’는 동정론이 일었다는 것. 결국 제3기 대표회가 아파트관리방식을 주민자치로 바꾸면서 임명권이 생기자 밀려났던 Q소장을 다시 영입하게 됐다고 한다. 맘만위측은 Q소장의 범죄경력 등을 부적격 사유로 제시했다.

하지만 대표회측은 “아파트 관리와 상관없는 개인적 차원의 범법행위이며 공동주택관리규약상 자격제한에 걸리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3기 입주자대표회장 R씨의 자격문제도 거론됐다. 대전국토관리청 산하 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 신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R씨는 “공무원 복무규정에는 공무원이 영리 업무를 하는 경우 소속 기관장의 겸직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아파트 동대표가 월급을 받거나 영리를 추구하는 자리도 아니고 일종의 봉사직이다. 공동주택관리법에도 공무원이 겸직허가를 받아야한다는 조항은 없다”고 말했다.

3기 대표회는 단지내 홈네트워크 서비스와 경비업체 교체를 시도하면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대표회는 “2014년 홈서비스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전체 수리비용 1500만원이면 충분했었는데 2기 입대위가 수리가 아닌 전면교체를 하면서 약 5억 원이라는 큰돈이 낭비됐다”고 주장한다. 또한 서비스 이용료 결제는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일시불로 지급해야 하지만 5년간 월 1000만원씩 할부로 결제토록 계약해 시청으로부터 시정명령까지 받았다는 것.

결국 대표회는 결제방식 변경 등을 이유로 할부 사용료를 5개월간 연체했고 해당 업체가 핵심부품을 빼내 가면서 홈서비스 중단 사태를 맞기도 했다. 대표회는 ‘잘못된 계약’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로 나섰지만 서비스 중단으로 불편을 겪은 일부 주민들은 불만이 커졌다.

경비업체와 갈등이 생겨 경비원들이 철수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3기 대표회는 2기 대표회가 수의계약으로 맺은 보안업체 K사와 경비용역계약을 인정하지 않는 입장이다. 계약단가도 높고 사전에 특정업체를 찍은 정황이 드러났다는 것. 이에대해 맘만위는 “경비원 최저임금이 인상돼 24% 가량 인건비 증가요인이 있다. 적정한 수준의 계약”이라며 인정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해 10억원에 달하는 아파트 용역계약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공동주택관리법상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경쟁입찰을 기본원칙으로 삼고 있다.

양측의 갈등이 고조되자 마침내 지난 5월 맘만위는 입주자대표회장 해임안을 주민투표에 부쳤다. 2164세대 중 절반이 약간 넘는 1188세대가 투표했고 투표자 92%가 해임안에 찬성했다.

하지만 대표회장 R씨는 절차상의 이유를 들어 회장직에서 물러나지 않고 직무를 계속 수행했다. 결국 일부 주민들이 법원에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지난 8월 22일 청주지법은 ‘입주자 대표회장의 해임 절차는 정당하다’며 주민들의 손을 들었주었다. 또한 법원은 직무대행자로 김모 변호사를 직권 선임했다. 법률전문가를 통해 난맥상에 빠진 입주자대표회를 수습하고 아파트 관리를 정상화시켜보자는 의도였다.

재판부는 가처분 결정 주문에 김 변호사를 ‘입주자대표회의 직무대행자’로 기재했다. 언뜻 보기엔 입주자대표회의 전체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실제로 김 변호사는 관리규약을 무시하고 직권으로 비상대책위원 겸 선거관리위원 9명을 다시 임명했다. 또한 기존 동별 대표자, 이사, 감사에 대한 신임투표와 잔여임기 보궐선거를 통해 새롭게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맘만위가 불신하는 Q소장에 대해 업무중단과 함께 재택근무를 명했다.

법원 직무 대행자, 법원 결정문 수정 소동
‘입주자대표회 직무대행자’를 ‘입주자대표회장 직무대행자’로 정정

쾌도난마처럼 일을 추진하던 법적 직무대행자 신분에 문제가 생겼다. 청주지법은 지난 4일 “법원의 결정 주문에 명백한 오기(誤記)가 있었다. 입주자대표회의 직무대행자가 아니라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직무대행자’로 경정(更正, 바로잡음)한다”고 결정문을 수정한 것. 결국 김 변호사는 입주자대표회의 권한이 아닌 대표회장 권한만을 대행하는 것으로 역할이 축소된 것이다. 이럴 경우 선관위원 선임과 관리소장 재택근무 명령 등이 권한밖의 행위가 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기존 대표회장과 동대표 4명은 회의를 열고 Q관리소장에 대해 업무복귀를 지시했다. 이들은 “관리소장에 대한 선임이나 해임은 입주자대표회의 의결로써만 할 수 있다. 회장 직무대행인 김 변호사가 재택근무 명령을 내린 것은 공동주택관리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법적으로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소장을 해임할 수는 있을지언정 대표회의가 관리사무소 업무를 지휘 총괄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18일 기존 대표회장은 법원에 ‘직무대행자 변경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3기 대표회는 150억원에 달하는 하자보수비를 신영측에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전문로펌을 통해 진행중이다.

2013년 R관리소장 재직시 3년 시한의 아파트 하자부분에 대한 청구자료가 뒷받침됐다. 이 와중에 주민투표를 통해 불신임을 받고 법적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관리방식은 위탁관리 든 자치관리든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하지만 위탁관리 업체가 시공사와 자회사 관계라면 아파트 하자를 다투기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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