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격외도리/ 한덕현 충청리뷰 발행인

한덕현 충청리뷰 발행인

“아주 환상입니다” vs “실망이 클 겁니다”

지난 주말 일행들과의 단양 여행을 앞두고 몇몇 주변인에게 이를 말하자 돌아온 반응은 참으로 헷갈렸다. 여행 목적은 다름아닌 올해 개장 이후 언론에 ‘대박’이라는 타이틀로 숱하게 소개된 만천하스카이워크와 단양강 잔도를 체험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처럼 반응이 180도 다르게 나온 것이다. 한데 막상 현지를 방문하고 내린 결론은 ‘둘 다 맞다’였다.

우선 주말 단양군의 모습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이들 시설이 아니라 우리 일행이 들르는 관광지마다 넘쳐나는 대형 버스와 승용차 그리고 인파 때문이었다. 사전 정보를 듣기는 했지만 문제의 스카이워크와 잔도 주변은 그야말로 차산차해(車山車海)였다. 꾸역꾸역(?) 밀려드는 차량과 사람들로 인해 정오 시간대는 걷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혼잡한 교통상황과 턱없이 부족한 편의시설에만 국한한다면 사실 방문객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닐 수 있다. 실제로 그냥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만천하스카이워크와 중국의 잔도(棧道)를 모방한 단양강 잔도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차피 할 거라면 두 시설이 조금만 더 크고 장쾌했으면 하는 바람이 걷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 기발한 발상에는 무한한 박수를 보내면서도 그래도 어딘가 왜소해 보인다는 미련은 끝내 불식시키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곧바로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곳곳에 넘쳐나는 외지 관광객들의 모습에서 단양군의 미래를 엿본 것이다. 단양군은 현재 ‘1000만 관광객’ 달성의 초읽기에 돌입했다고 한다. 지난 9월말 현재 713만명을 기록했으니 최대 관광 성수기인 10월과 11월을 감안할 경우 1000만 돌파는 이제 시간문제다.

단양군의 지난해 총 관광객 수는 941만명이었다. 더군다나 올해는 새롭게 개장한 만천하스카이워크와 단양강 잔도 그리고 수양개 빛터널 등이 전국 관광객을 추가로 끌어들이면서 기존의 관광지와 연계한 이른바 시너지 효과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단양군이 올 연말 목표치를 높여 잡아야 한다는 주문은 이래서 농담이 아니다.

단양군의 1000만 관광객은 물리적 수치로만 보더라도 이는 기적과도 같다. 단양인구는 지난 6월 말 기준 3만 408명, 그러니까 고작 3만의 인구가 무려 1000만명의 외지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관광 단양’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이보다 더 실감나게 보여주는 것도 없다. 더 구체적인 비교가 있다.

지난해 충북을 방문한 외래 관광객 수는 약 2061만명으로, 문광부에 등록된 도내 11개 시군 132개 관광지를 대상으로 집계한 것이다. 단순하게 따지더라도 이중 거의 절반을 단양군이 차지하고 있다. 관광산업을 충북 도정의 가장 핵심으로 꼽고 있는 상황에서 외래관광객의 절반을 인구 3만인 단양군이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단양의 미래는 곧 ‘관광’에 있고 이미 그 성과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음을 ‘만천하’에 공언하는 꼴이다. 참고로 지난해 도내에서 단양에 이어 두 번째로 가장 많은 외지 관광객을 기록한 곳은 제천시로 221만명이 다녀갔다.
 

만천하스카이워크

여기서 주목할 것은 충북에는 전체적으로 관광지가 많은데 왜 하필 단양이냐는 점이다.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단양은 천혜(天惠)라는 말에 손색이 없도록 뛰어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 이를 그대로 유지만 해도 단양의 관광경쟁력은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는다.

문제는 단양의 각종 인공적 관광시설물들이 이러한 자연조건에 가장 순리적으로 맞춰져 조성됐다는 점이다. 물이 있은 곳에는 물과 어울리는, 산이 있는 곳에는 산과 어울리는, 특산물이 있는 곳에는 그 특산물에 어울리는 시설을 만듬으로써 인식의 군더더기를 최소화했다. 지금 가장 ‘핫’하게 뜨고 있는 스카이워크와 잔도 또한 주변 환경을 응용한 인공 시설물의 백미로 꼽힌다. 더 극단적인 예를 든다면 천태종 본산인 구인사 같은 경우는 온통 시멘트 구조물이면서도 주변 자연환경과 얼마나 잘 매치되는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멘트 건물’로 불릴 정도다.

단양 관광의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연환경에 결코 거역하지 않는 시설을 갖추고 사람들을 유혹한다. 그러다 보니 단양의 관광사업은 특정 자치단체장의 전유물로서 어느날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니다. 다누리센터 등 대표적인 시설만 보더라도 역대 전임 시장부터 추진되다가 후임자가 이를 이어받아 정착시키는 측면이 아주 강하다.

다른 지자체와 다른 점은 이 것이다. 특정 자치단체장이 본인의 실적을 위해 지역과 자연환경의 이미지를 억지로 꿰맞추어 무슨 엑스포니 축제니 하며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다가도 막상 재선에 실패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소위 ‘민선의 악순환’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청주만 하더라도 이런 사례가 수도 없이 많다. 그 때마다 엄청난 국민혈세만 낭비됐다. 지금도 충북의 이미지와 전혀 안 맞는 ‘시설’과 ‘이벤트’를 고집하며 유권자들을 현혹하는 자치단체장이 있다.

단양은 지금 관광산업의 최대 터닝포인트를 맞고 있다. 그 중심엔 누구보다도 관리와 행정경험이 풍부한 류한우 군수가 있다. 그의 청사진을 듣다보면 단양의 미래 먹거리는 이미 손안에 든 전리품이나 다름없다. 그만큼 예측가능하고 현실적이다. 그는 자신있게 말한다. “제가 마음먹은 대로만 된다면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인이 주목하는 관광 단양이 될 것입니다.”

‘인구 3만의 1000만 관광객’이라는 기적에 이어 단양군민들이 또 다시 만들어 갈 ‘세계 속의 단양관광’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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