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박소영 사회문화부 부장

박소영 사회문화부 부장

가경동에 위치한 스페이스몸 미술관은 도시개발로 철거위기에 놓였다. 이를 막기 위해 스페이스몸 미술관은 청주시와 충북도에 중재요청을 했지만 아무런 해법도 내놓지 않고 있다. 스페이스몸 미술관은 2005년 충북도에 정식 미술관 등록을 했다. 서경덕 관장은 이미 2001년 가경동에 스페이스몸 미술관 제1전시장을 운영하고 있었고, 2005년 제2,3전시장을 만들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제2전시장과 제3전시장이다.

제2전시장은 서현지구 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청주시가 편의상 그어놓은 도로선에 미술관 일부가 포함됐고, 제3전시장은 강서지구 개발로 하천부지로 수용될 운명이다. 결국 미술관을 두고 2개의 도시개발이 진행되는 셈이다.

이를 막기 위해 서경덕 관장은 최근 청주시 도시개발과에 민원을 접수했다. 서현지구 개발사업으로 그어진 도로선을 10m라도 옮기면 미술관 존치가 가능할테니 청주시가 나서서 개발사업자인 GS건설과 조정을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강서지구 개발에 대해서도 사업자와 관련 부서 간에 조정을 통해 계획을 철회해달라는 요구였다.

하지만 청주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서현지구 개발사업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을 주지 않고, 강서지구 개발의 경우 아직 사업 계획서가 정식 접수 되지 않았다는 답변만 했다. 지금 현장에선 자이아파트 건설로 포크레인이 오가고 있는데, 정작 이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이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청주시의 도로선은 미술관을 뚫고 지나갈 것이다. 청주시가 도로선을 그을 때 이 지역에 미술관이 있는지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청주시 담당자는 난개발을 막기 위해 임의적으로 선을 그었다고 말했다.

미술관이 아파트 단지에 건립된다면 아파트 주민들도 문화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미술관은 개인의 사적 공간이 아니다. 전시회를 개최하고, 지역민을 위한 문화예술프로그램을 개최한다. 스페이스몸 미술관 또한 17년 동안 작가들의 작품을 내걸었고, 아이들을 위한 미술관 프로그램을 꾸준히 열어왔다. 스페이스몸 미술관에 작품을 걸었던 젊은 작가들이 유명 작가로 발돋움하기도 했다.

도시개발법을 보면 다수가 찬성하면 개발업자가 수용할 수 있게 돼 있다. 이 또한 폭력적이다. 공간이 사라지면 모든 역사를 잃게 되는 것이다.

서 관장은 충북도와 청주시 관계자를 두 달 동안 만나고 돌아다녔지만 아무도 답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행정의 엇박자를 지역사회는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할까. 최근 지역의 미술인들이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있다. 미술인들의 단체 행동과 함께 지역사회 시민단체들이 같이 움직여야 한다.

공공의 영역에서 해야 할 역할을 개인이 사재를 쏟아 부으며 만들고 가꿔왔는데, 이제는 청주시에서 도시개발을 한다는 명목으로 아무렇지 않게 없애려고 한다. 생각할 수록 답답한 노릇이다. 그러면서 또 다른 문화공간을 만들겠다고 할 판이다. 그간의 청주시 행정을 보면 아마 서로 자기 부서 일이 아니라고 발뺌 할 게 뻔하다. 이러한 비상식적인 공무원들의 태도를 보고 있자면 화가 난다. 어디에서부터 설명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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