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시민역량교육’ 등 기본적인 교육예산안 대거 삭감

지난 7일 열린 충북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는 교육위에서 넘어온 삭감 내역과 동일하게 충북교육청 교육비특별회계 세입·세출 예산안(2조 5332억원) 중 27억1236만원(21개 사업)을 삭감한 채 본회의로 넘겼다.

이번 예산안 삭감으로 위기에 처한 사업은 △행복씨앗학교 △행복교육지구 △민주시민교육 △환경교육, 교원단체 교육활동 지원 및 소통토론회 등 크게 네 가지다. 

행복씨앗학교 예산은 19억8300여만 원 중 절반가량인 9억6500만원이 삭감됐다. 혁신학교지원 사업 9000여만 원, 소통토론회 운영비 3200여만 원, 교원단체교육활동행사지원 720만원은 전액 삭감됐다. 행복교육지구 사업 운영비 2733만원과 민주시민역량강화교육 1500여만 원, 민주시민교육인성교육민간사회단체지원 4500만원, 민주시민교육원격연수 900만원, 민주시민교육교과서발행 1680만원, 찾아가는학생민주시민교육 405만원도 전액 통과되지 못했다.

이와 관련 교육관계자들은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멘붕’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충격에 빠져 있는 것. 일부에서는 충북교육은 세계적인 추세나 시대적인 흐름을 모르고 거꾸로 가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삭감된 예산안에는 미래사회 구성원들이 반드시 배워야 할 기본적인 교육, 즉 민주시민교육 운영비가 대거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교육 관계자들에 따르면 예산삭감에서 가장 심각하게 우려되는 것은 행복씨앗학교나 행복지구사업보다도 민주시민교육사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민주시민교육은 민주주의 시민으로서 당연히 받아야 할 교육인데 예산이 전면 삭감된 것은 민주시민교육을 하지 말라는 얘기냐"며 "조선시대로 다시 가자는 얘기냐? 이번 예산안 결정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충북교육청이 실시하고 있는 민주시민역량강화교육은 △담당교원연찬회(403만원) △교육관리자연찬회(422만원) △리더십캠프운영(740만원) 등이다. 4500만원을 책정했다 전액 삭감된 민주시민교육인성교육민간사회단체지원은 교육청에서 미처 실시하지 못하는 교육을 3개 민간단체가 위임받아 실시하는 교육으로 올해에는 삼락회에서 효행일기 쓰기를 실시한 바 있다.

민주시민교육교과서발행은 경기도교육청에서 발행한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이라는 교과서를 △초등 3, 4학년 △5, 6학년 △중학생 △고등학생으로 나눠 책자를 발행해 배포하는 것이다. 민주시민교육원격연수는 인성교육 담당교사를 대상으로 30시간동안 실시하는 원격교육이다.

시대를 역행하는 예산안

스웨덴과 노르웨이, 핀란드 등 선진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북유럽 복지국가들은 “민주주의의 진정한 힘은 시민에 대한 정치교육에서 나온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현재 민주시민교육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시민들이 정치수용자에 머무르지 않고 능동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참여자가 되도록 하려면 어릴 때부터 학교와 지역사회, 정치 박람회 등에서 체계적인 민주시민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세계적인 트랜드인 셈이다. 선진국에서는 앞 다투어 민주시민교육을 하고 있는 추세다.

서울시와 경기도 광명시를 비롯해 많은 시·도에서도 이미 민주시민으로서 요구되는 자질과 소양을 함양하고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충북에서는 민주시민교육 자체를 폐기하는 결정을 해 시민사회단체 회원 및 시민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충북교육청 한 관계자는 “교육내용이나 프로그램 진행에 있어서 문제점이 있으면 지적하고 개선해 나가면 되지 이념논란에 휩싸여 없애버리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청주시 개신동에 사는 김 모 씨는 “교육은 정치가 아니다. 이념에 휩쓸려 민주시민교육을 하지 말라고 하니 이해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현재 충북교육청은 재원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는 상태다. 추경예산 때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당장 1월 10일부터 12일까지 실시하기로 되어 있던 행복씨앗학교 교사 역량강화 연수비가 없어 난감한 상황이다.

행복교육지구사업도 각 지역의 사업비는 삭감되지 않았으나 사업을 총괄하고 공유하며 운영해야하는 도교육청의 운영비는 0원인 상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행복교육지구 사업 운영비가 어떤 이유로 삭감됐는지 알 수조차 없다”며 당혹스러워했다.

한편 충북도의회가 주장하는 충북교육청 예산 삭감 이유는 "사업목적에 어긋나는 예산집행과 비(非)혁신학교와의 예산지원 차별"이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