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정 음성군의원, 조류독감 해법으로 ‘겨울철 오리농가 휴업” 제시
시행결과 AI 발생 無…음성군, 지난해 살처분비용 180여억원 지출, 올해 ‘0’

이상정 음성군의원이 2016년 제안한 '겨울철 오리농가 휴업보상제'를 시행한 음성군에 현재까지 AI가 발생하지 않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 이상정 음성군의원)
이상정 음성군의원이 제안한 '겨울철 오리농가 휴업보상제' 정책이 AI 예방에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AI로 인해 가금류를 살처분매립하는 장면, 충북인뉴스DB)

 

한 시골 군의원의 정책제안 하나가 연간 수백억원의 예산 절감 효과를 기대케 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음성군 이상정(더불어민주당) 군의원. 그가 건의한 ‘동계오리 휴업보상제’ 정책이 시행된 결과 음성군은 현재까지 AI(조류인플루엔자‧이하 조류독감)가 발생하지 않았다. 2016년~2017년 겨울철을 강타한 조류독감(AI) ‘진앙지’란 오명에서 청정지역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예산절감 효과도 탁월하다. 음성군은 2016년 11월부터 지난 해 봄 까지 조류독감 방역의 일환으로 닭·오리·메추리 277만6천 마리를 살처분‧매몰 처리했다. 군은 살처분과 매몰 등 방역비용에만 188억여원 가량을 지출했다.

반면 ‘동계오리 휴업보상제’를 시행하는데 소요되는 예산은 도비와 군비 포함 7억여원에 불과하다. 아직 장담할 수 없지만 음성군이 AI를 피해갈 경우 180억원의 예산을 절감하게 된다.

 

반복되는 조류독감, 그리고 대학살

 

해마다 반복되는 조류독감이 올해도 여지없이 창궐하고 있다. 지난 해 11월 19일 전북 고창의 한 육용오리 사육농가에서 고병원성 H5N6 AI가 확진 판결을 받은데 이어 전남, 경기 등으로 거침없이 확산되고 있다.

전북 고창에 이어 지난 해 12월에는 전남 영양군, 영암군, 전북 정읍시, 고창군 등으로 확산됐다.

지난 4일에는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산란계 농장에서 발생했고 같은 날 전남 강진에서도 AI가 발생했다. 지난 27일에도 경기 평택시 청북은 산란계 농가에서 AI 의심신고가 발생했고 검사결과 H5N6형 고병원 AI로 판결됐다.

이에 따라 조류독감 발병에 이은 살처분‧매몰 이라는 후속조치가 또 반복됐다. 이미 전남에서만 살처분 된 가금류가 81만 마리를 넘었고 경기도 포천에서만 51만 여마리가 살처분 됐다.

전북 고창 10여만마리, 경기도 평택 14만여 마리 등 전국적으로 200여만 마리에 가까운 닭과 오리가 살처분 됐다.

평창동계올림 개막이 코앞에 다가오면서 AI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방역당국도 비상이 걸렸다. 방역당국은 철새가 북상하는 다음 달에 수도권이나 평창올림픽 개최 인접 지역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AI 상습 진앙지 음성, 올해는 조용

 

지난 해 겨울철은 사상유례 없을 정도로 AI가 창궐했다. 최초 발생지는 충북 음성. 2016년 11월 16일 음성군의 한 오리 사육 농가에서 전국 처음으로 AI가 발생한 것을 시작으로 진천, 청주, 증평으로 확산하면서 1개월여 만에 무려 충북지역에만 가금류 392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음성에서 AI가 발생한 이래 충북 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번졌다. 이로인해 음성군은 'AI의 진앙'이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 ‘AI 진앙지’라 불렸던 음성군 지역에서 현재까지 AI가 발생하지 않았다.

AI 발생시기는 보통 겨울철인 2월 말까지로 알려져 있지만 2014년에는 4월까지 계속된 전례가 있다. 따라서 음성군이 AI청정지역으로는 확신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놀라운 변화다. 도대체 음성군에 어떤 일이 있었을까?

 

겨울철 오리농가는 휴업, 대신 보상금 지급해

 

음성군은 지난 해 11월부터 관내 45여 오리 농가를 대상으로 올해 2월까지 사육을 중단하는 대신 보상금을 지급하는 일명 ‘오리농가 휴업보상제’를 시행하고 있다.

AI 발병 경로가 겨울철 철새로 추정되는 만큼 이와 접촉 할 수 있는 오리농가 사육을 중단해 AI 전파를 막자는 취지다.

현재 음성군 45개 농가가 오리농가 휴업보상제에 참여하고 있다. 참여하고 있는 농가에는 오리 한 마리당 510원이 보상금으로 지급된다. 가구당 환산하면 월 평균 250만원 정도가 지급된다.

음성군이 이를 시행하게 된 것은 2016년 겨울부터 2017년 초 사이에 발생한 AI로 인한 교훈이다. 당시 음성의 닭·오리·메추리 277만6천 마리가 살처분되고 매몰됐고 살처분과 매몰비용으로 180여억원이 지출됐다.

이 뿐만 아니라 연인원 수천명의 공무원이 방역작업에 투입됐고 이들 공무원들은 살처분과 매몰에 따른 심각한 정신적‧육체적 건강 피해를 호소했다.

 

작업자들이 AI에 걸려 살처분된 가금류를 매립하기 위해 포대에 담고 있다.

 

똑똑한 정책하나가 만든 변화

 

음성군이 시행하는 겨울철 오리농가 휴업보상제는 이상정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2016년 12월 21일 이상정 의원 등 음성군 의원 8명은 ‘동계오리 휴업보상제 실시 촉구 건의안’을 의회 차원에서 채택했다.

이후 건의안은 국회의장,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기획재정부 장관, 경대수 국회의원 등에게 제안했다.

이들은 건의안에서 “AI의 근본원인은 철새로 인한 것으로 추정할 뿐 규명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로 그저 살처분에만 집중하고 있으며 겨울철새의 대부분인 오리 도래는 자연적인 현상으로 인위적으로 막을 수도 없다”며 “이로 인한 대책은 오리 사육을 피하는 것이 상식적이다”며 해당 정책을 제안했다.

해당 건의안을 대표 발의한 이상정 의원은 이전부터 ‘오리농가 휴업보상제’ 시행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음성군의회의 건의 이후 충청북도 이시종 지사도 해당 정책을 받아들여 기획재정부에 2차례나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앙정부가 해당 정책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충북도는 이 의원이 제안한 정책을 결국 받아들였다. 해당 재원은 도비와 각 기초자치단체가 분담하기로 했고 여기에 국비사업인 평창 동계올림픽 대비 가금농장 사육제한 사업 예산을 더했다.

현재 음성군 오리농가휴업보상제에는 충북도비 2억1000만원, 음성군비 4억9000여만원이 투입됐다. 여기에 동계올림픽 대비 가금농장 사육제한 사업 3억9000여만원이 투입됐다.

현재까지 결과는 대만족이다. AI가 현재까지 발생하지 않았고 투여된 예산도 11억여원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 해 소요된 180여억원의 5%에 불과하다.

만약 이대로 음성군이 AI 발생을 피한다면 170억원의 예산을 절감한 결과가 된다. 똑똑한 정책하나가 수백억원의 혈세 지출을 막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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