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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눈으로 가꾼 화해의 꽃밭

기사승인 2018.04.16  09:3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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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민복 「꽃」 전문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서
담장을 보았다

집 안과 밖의 경계인 담장에
화분이 있고
꽃의 전생과 내생 사이에 꽃이 피었다

저 꽃은 왜 흙의 공중섬에 피어 있을까

해안가 철책에 초병의 귀로 매달린 돌처럼
도둑의 침입을 경보하기 위한 장치인가

내 것과 내 것 아님의 경계를 나눈 자가
행인들에게 시위하는 완곡한 깃발인가
집의 안과 밖이 꽃의 향기를 흠향하려
건배하는 순간인가

눈물이 메말라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지 못하는 날

꽃철책이 시들고
나와 세계의 모든 경계가 무너지리라

─ 함민복 「꽃」 전문(시집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에서)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이 한 소절만으로 가슴이 쿵쾅거립니다. 사랑과 미움, 슬픔과 기쁨, 우정과 배신, 아름다움과 추함, 뉘우침과 깨달음, 삶과 죽음, 그리고 전생과 후생의 경계인 현실, 이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는 말! 오욕의 인간사를 넘어 우리의 삶에 옹이처럼 박힌 갈등과 고뇌의 경계까지 향기 무성한 희열의 꽃밭으로 피어나게 하는 이 시적 진술의 놀라운 힘을 보세요. 이 꽃이야말로 모든 살아 있음의 참된 가치입니다. 기필코 우리가 눈물만 마르지 않는다면, 숭고한 인간정신과 인류에 대한 따뜻한 사랑만 잃지 않는다면 ‘흙의 공중섬’인 저 경계의 지경, 그 숫한 상처는 언젠가는 반드시 꽃처럼 환하게 치유되고, 드디어 절정으로 빛날 것입니다. 또한 60년 전 얄타의 제물인 DMZ라는 모순의 경계에도 꽃이 피어나 그 꽃 남북 강산을 덮는 날이, 동포여, 우리가슴에 그리움으로 눈물 가득 고여 넘친다면, 마침내 그날이 올 것입니다.


충북인뉴스 cbinews043@daum.net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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