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동료, 경찰내부 통신망에 글 “남편 꿈에 나타나 특정인과 싸워”
남편, 교착 상태 빠진 수사팀에 꿈 전달…조사결과 범죄사실 확인돼

묶음기사

지난 해 10월 동료 경찰의 무고한 투서로 인해 시작된 감찰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충주경찰서 故 A경사의 숨겨진 이야기에 현직 경찰관들이 가슴을 저미고 있다.

 

억울함이 얼마나 컸으면 이승을 맴돌며 남편 꿈에 나타났을까? 무고한 투서자를 찾기 위한 경찰 수사가 교착상태에 빠지자 숨진 고인이 남편 꿈에 나타나 범죄자를 암시했다. 그것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지난 해 10월 동료 경찰의 무고한 투서로 인해 시작된 감찰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충주경찰서 故 A경사의 숨겨진 이야기에 현직 경찰관들이 가슴을 저미고 있다.

9일, 충주경찰서 A경사의 동료는 경찰 내부통신망에 “고 ○○○ 경사의 진혼, 이제부터 시작이다”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경찰관은 이글에서 A 경사의 남편으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해 11월 경찰청은 A경사의 죽음이후에 감찰과정에서 발생한 가혹행위와 무고한 내용의 내부 투서자를 찾기 위한 수사를 시작했다.

그는 수사과정에서 익명의 투서자를 밝히는 과정이 매우 어려웠다고 소개했다. 이 경찰관은 “듣자하니 충북청 감찰 등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보다 익명의 투서자를 색출하는 게 훨씬 더 어려웠다고 한다”며 “아무런 단서도, 증거도 없으니 그 막막함이야 오죽했을까”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해 12월, 지능범죄수사대는 경찰청 정보통신 담당관실과 충북청 정보통신 담당관실, 충주서 청문감사관실 등 8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동시에 실시했다. 또 당시 감찰 기록과 관련자들의 휴대전화, 내부 망 접속 기록 등을 들여다보며 투서자를 찾는 데 집중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수사팀은 압수된 자료를 분석하고 일일이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거쳤으나 투서자를 특정할 수 없었다.

수사팀은 충주서 일부 직원들의 휴대폰과 사무실 컴퓨터도 압수수색했다. 이 경찰관은 “이 과정에서 수사과에 오래 근무했던 ○○○가 진급에 눈이 멀어 투서를 했다는 식의 헛소문이 돌기도 했다”며 “아무 진전도 없이 수사는 그렇게 난항을 겪고 있었다”고 밝혔다.

 

“도저히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나”

 

이 경찰관은 수사팀의 수사가 교착상태에 빠진 그 상황에서 믿기 힘든 일이 발생했다며 고인의 남편이 꾼 꿈 이야기를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고인의 남편 B경위는 꿈에서 충주경찰서 본관 쪽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충주경찰서 본관과 떨어진 사고조사계 사무실에 있던 B 경위는 소리를 따라 본관 2층으로 갔다.

그곳에는 부인인 故 A경사가 청문감사관실에 근무하는 여경 C 경사를 세워 놓고 “너가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며 소리를 지르며 따지고 있었다.

꿈에서 깬 B 경위는 별 이상한 꿈도 다 있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때까지만 해도 청문감사관실에서 투서 등 민원 업무를 담당하는 그 여경이 투서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더욱이 C 경사는 고인이 감찰 조사를 앞두고 심리적으로 힘들어할 때 “언니, 기운 내요, 아무 일 없을 거예요.” 하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며칠 있다가 B경위는 또 꿈을 꾸었다. 이번에도 고 A 경사가 청문감사관실 앞에서 그 여경에게 “왜 투서를 했냐.”며 소리를 지르고 울고 불며 통곡을 하고 있었다.

예사 꿈이 아니라는 생각에 B 경위는 꿈 내용을 수사팀에 알렸고 그 여경에 대한 집중 수사로 투서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고 자백도 받아냈다.

 

감찰제도 개선되지 않으면 비극 반복

 

이 경찰관은 “수사 결과가 발표됐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고인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고 밝혔다.

그는 “기소 여부와 관계없이 충북청 감찰 등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한 징계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이번 사건은 A 경사의 개인적인 비극이 아니다”며 “그렇다면 고인이 남편 꿈에 나타나 사건에 관여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경찰청은 감찰 제도를 대대적으로 뜯어 고쳐야 한다”며 “남편의 꿈에 더 이상 원통한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직도 엄마가 그리운 두 아이의 꿈속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만 나타나게 해야 한다. 그게 우리 산 자들의 몫”이라고 적었다.

한편 A경사는 지난 해 10월 충북지방경찰청 감찰 조사를 받은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경사가 사망한 이후 가족과 그의 동료들은 불법사찰‧미행 등 충북청 감찰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또 A경사를 죽음으로 내몬 데에는 불법감찰 뿐만 아니라 경찰 내부에 음해성 투서자가 있다며 진상을 가려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게 진행됐다.

결국 경찰청은 수시팀을 꾸려 수사에 나섰다. 수사결과 충북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실 모 감찰관이 감찰조사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숨진 A경사의 동료인 충주경찰서 소속 C 경찰관이 근태상황, 해외연수 특혜 등의 내용으로 3회에 걸쳐 충북청 및 충주서에 무기명 투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3일 경찰청은 직권을 남용한 혐의와 무고한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의견으로 송치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