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충청타임즈> 보도로 기소된 구본영 천안시장 공천
한국기협, 천안시 보복적 언론제재 조치에 ‘모르쇠’ 일관

언론보도를 통해 채용비리 불법자금 수수 혐의가 드러나 기소된 기초단체장이 정당 공천을 받아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반면 비리를 보도한 언론사는 해당 기초단체장의 지시에 따라 광고와 구독 중단, 취재협조 거부 등 직접적인 언론탄압을 받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더구나 회원사 권익을 보호하고 공공기관의 언론탄압 행위를 감시비판해야 할 한국기자협회가 지역 조직간 이해관계 속에서 그 역할을 포기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8일 독직비리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구본영 천안시장 후보에 대해 한국노총 천안지역지부는 지지선언을 했다.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지난 4일 구본영(65) 천안시장을 수뢰후 부정처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구 시장은 2014년 지방선거 천안시장 후보 시절, 김모씨로부터 2000만원을 받고(정치자금법 위반), 이어 김씨를 두 달 후 천안시체육회 상임부회장으로 임명하고(수뢰 후 부정처사), 특정인을 체육회 직원으로 채용하라고 지시한 혐의(직권남용)를 받고 있다. 검찰은 같은 혐의로 지난 4월 구 시장을 전격 구속시켰으나 법원의 구속적부심을 통해 2일만에 석방됐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직후인 오는 6월 20일부터 법원의 재판에 참석해야 할 처지다.

구 시장에 대한 비리 혐의의 상당부분은 청주에 본사를 둔 일간신문 ‘충청타임즈’의 10개월간에 걸친 추적보도를 통해 세상에 드러났다. 지난해 6월 ‘천안시체육회 직원 채용 비리 의혹’ 보도를 시작으로 20여회의 관련 보도가 쏟아졌다. 언론환경 악화로 지자체-지역신문을 ‘갑을관계’로 표현하는 상황에서 현직 단체장을 겨냥한 고발기사는 반작용도 컸다. 취재를 담당한 주재기자는 물론 청주 본사에도 비보도 협조를 요청하는 청탁과 제안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결국 ‘당근 전략’이 여의치 않자 구 시장은 지난해 9월 광고·구독 중단, 취재협조 거부, 보도자료 제공 중지 내용을 담은 공문을 충청타임즈 대표에게 발송했다. 사실상 지역언론의 최대 광고주인 지자체가 홍보예산 집행권으로 언론사의 목줄을 조이겠다는 의도였다. 천안시의 의도적인 탄압 조치에도 불구하고 고발기사는 계속됐고 결국 구 시장은 각종 비리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비판언론 제재 앞장선 공무원노조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기소로 비리 혐의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6.13 지방선거 천안시장 후보로 구 시장을 공천했다. 일반 공무원은 직무와 관련 형사기소되면 민주당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내세워 후보로 공천했다. 민주당의 전례없는 ‘독직비리 혐의 기소자’ 공천에 대해 야당과 시민단체의 비판성명이 이어졌다. 12일 천안아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구 시장에 대한 공천 철회를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민주당 추미애 대표에게 전달했다. 야당에서는 “구 시장이 대형로펌인 태평양 등 매머드급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첫 공판이 예정돼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중도 낙마한 권선택 전 대전시장이 떠오른다”고 꼬집었다.

특히 천안시는 구 시장의 기소에도 불구하고 ‘충청타임즈’에 대한 언론탄압 조치를 계속하고 있다. 당초 구 시장은 충청타임즈에 보낸 공문에서 공무원노조의 요청에 따라 제재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천안시 공무원노조 공주석 위원장의 입장을 들어봤다. “체육교육과 대의원이 ‘보도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건의해 대의원 총회를 거쳐 시장에게 조치를 요구했다. 부당한 인사채용에 공무원들이 음모를 꾸미고 심부름꾼 역할을 한 것처럼 보도한 것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취재진이 “검찰에서 혐의점을 인정해 기소한 상태다. 충청타임즈의 보도가 사실로 밝혀진 이상 노조의 입장도 다시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닌가”고 질문했다. 공 위원장은 “우리가 구 시장 관련 내용이 잘못됐다고 지적한 건 아니었다. 일선 공무원이 깊히 개입한 것처럼 쓴 것이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관련 공무원들이 기소된 건 아니다”고 말했다. 다시 취재진이 “구 시장이 공무원노조 요청으로 충청타임즈에 제재를 가한다고 공문에 밝혔는데 지금은 보도내용이 사실로 드러난 것 아닌가? 그럼에도 천안시가 제재조치를 계속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고 묻자 공 위원장은 “아직도 그런 제재를 받고 있나? 우리들은 미처 몰랐고 노조 차원에서 재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지난 4월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국경없는기자회 세드릭 알비아니 동아시아지부장(사진 왼쪽)과 정규성 한국기자협회장이 2018 한국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 더팩트

지역기협에 책임 떠넘기는 한국기협

‘충청타임즈’측은 천안시의 직접적인 제재조치에 대해 한국기자협회 차원의 대응을 요청했다. 회원사 입장에서 당연한 권리이기도 했다. 천안시에 대한 협회 차원의 반박성명 발표와 구 시장에 대한 직권남용 고발을 요구했다. 하지만 요청한 지 6개월이 지나도록 한국기자협회는 아무런 대응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구 시장에 대한 검찰 기소로 상당부분 혐의가 인정됐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기협이 나서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충청타임즈’측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국기협은 “충북기협이 먼저 성명발표하면 곧바로 지지성명을 발표하겠다”고 약속까지 했다는 것. 하지만 충북기협이 지난 2월 천안시에 대한 비판성명을 발표했음에도 한국기협은 감감 무소식이었다.

취재진은 5월초 한국기협 정규성회장과 전화연결했지만 “공식 절차가 필요하다”고 해서 취재질의서를 작성해 팩스로 보냈다. 하지만 1주일뒤 확인결과 한국기협 본부장은 “이번 사안은 협회 차원의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조사했으니 단장에게 답변을 듣는 게 좋겠다”고 공을 넘겼다. 다시 현직 부회장인 진상조사단장과 연락이 됐으나 “인터뷰 취재 때문에 지금 시간이 없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하고선 무소식이었다. 결국 “답변이 없으면 취재질의서 공개와 답변거부로 기사를 마무리 하겠다”고 정 회장에게 문자를 보내자 본부장이 전화를 했다. “솔직히 이 문제는 한국기협 중앙회를 떠났다. 충남기협에서 성명발표를 반대하는 데 우리도 어쩔 수 없다. 회원사간 분란을 일으킬 수는 없지 않느냐? 충남기협에 문의해 보라”고 장황하게 답했다.

다시 충남기자협회 회장에게 연락을 취하자 “우리가 반대한 게 맞다. 회원사들이 취재보도의 객관성에 문제 제기를 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검경에서 장기간 수사를 통해 정식 기소했는데 객관적인 보도가 아니라는 근거는 무엇인가?”라고 재질문하자 “기소됐다고 혐의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무죄추정의 원칙도 있고 재판이 남아있지 않나?”고 답했다. 취재진이 “이번 사안에 대해 취재영역을 놓고 기협이 지역간 헤게모니 갈등을 벌인다는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하자 “그런 건 아니다. 회원사들의 뜻에 따라 결정한 사안”이라고 답했다.

결국 현직 시장 구속·기소라는 혁혁한 ‘성과’를 이뤄내고도 기소된 시장은 정당공천받고 선거운동, 비리를 폭로한 신문사는 언론탄압 피해 지속, 언론제재 요청한 공무원노조는 ‘나 몰라라’, 언론탄압 피해 구제요청을 받은 한국기협은 ‘떠넘기기’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대해 익명을 요구한 현직 언론인 모씨는 “한국기자협회도 결국 회원들의 이익단체인 것은 맞지만 적어도 언론보도와 관련된 사안을 놓고 이해득실을 따지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충청타임즈>의 고발기사는 그 성과를 보더라도 한국기협에서 상을 줘야 마땅한 보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보도에 문제가 없다면 자치단체장의 부당한 언론탄압 행위를 비판하고 고발하는 것이 당연하다. 독직 비리 혐의로 기소된 단체장에겐 ‘무죄추정 원칙’을 내세우고 회원사에 대한 언론탄압 행위는 눈감고 있는 셈이다. 한국 언론이 내세우는 사회 정의 보다 한국 기협 회원사간 이해관계가 더 중요하단 말인가?”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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