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권 1000~2000명 활동, 실태파악 안돼…폐지만 연간 4만톤+ 수거
공공기관 수거소각시 비용 100억원대…노인 몫 건 고작 20여억원 불과

38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속에 새벽부터 오후 늦은 시간까지 수레를 끌고 폐지와 재활용품을 줍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투명 인간 같은 존재였지만 그들은 사회가 지불해야 할 비용을 감수하며 고단한 노동을 수행하고 있다.

기름진 토양을 만드는 마법사로 알려진 지렁이. 지렁이가 없다면 토양은 어떻게 변할까?

동물의 분변이나 나뭇잎은 그 자체로는 토양에 흡수되기 어렵고 분해되지 않으면 영양분으로 쓰이기 힘들다.

지렁이는 썩은 나뭇잎이나 동물의 분변을 먹는다. 지렁이에 의해 잘게 분해된 유기물은 그제서야 토양을 건강하게 만드는 기능을 한다.

지렁이가 가지고 있는 경제적 가치가 조명된지 오래지만 도시민들에겐 아직 낯선 존재다. 친환경 유기농산물을 소비하는 도시민이지만 그 첨병에 있는 지렁이의 존재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투명한 유리같은 존재다.

토양만 순환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사는 사회에는 자원순환이라는 또 하나의 구조가 있다.

매일같이 각 가정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폐기물. 화장실에서 나오는 부산물, 음식물과 생활쓰레기.

수거가 일주일만 중단돼도 처리가 일주일만 멈춰도 도시는 몸살을 겪는다. 하수도 시설이 갖춰지지 않았을 시기 유럽의 도시에선 길가에 넘치는 인간의 배설물을 피하기 위해 하이힐을 신고 다녔다.

현대 사회에선 이것을 처리하기 위한 고도화된 시스템을 갖췄다. 하지만 여전히 역부족이다. 소각과 매립 모두 한계에 봉착했다. 바다에는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가 섬을 이루고 바다생명체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

이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덜 버리는 것이 됐다. 재사용과 자원의 재활용만이 소각과 매립을 줄일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폐지줍는 노인, 그들이 사라진다.

 

지난 해 12월 동네 고물상이 폐지줍는 노인들로부터 사들인 가격은 1㎏당 150원 내외. 중국 발 재활용폐기물 수입금지 조처 등 폐기물 시장에 대한 악재가 겹치면서 가격이 1/3 토막이 됐다.

8월 현재 고물상이 폐지줍는 노인에게 지불하는 폐지1㎏의 가격은 30~40원.

폐지가격 하락이 미친 영향은 생각보다 컸다. 우선 청주시광역소각장과 재활용선별장으로 반입되는 생활폐기물량이 급격히 늘었다.

청주시에 따르면 지난 해 1일 청주시광역소각장으로 반입되는 생활폐기물량은 328톤. 하지만 2018년 8월 현재까지 1일평균 반입량은 369톤으로 전년대비 41톤이 증가했다. 청주시재활용선별장에도 물량이 늘었고 일부를 시선별장이 아닌 다른 곳으로 옮겨 작업을 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

청주시는 폐지와 플라스틱 등 재활용폐기물의 가격하락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청주시 관계자는 “가격이 대폭 하락하면서 폐지 줍는 노인들이 수거하던 재활 용품량이 급격히 줄었다. 그렇다보니 길거리에 쌓여 있는 재활용품이 많아졌고 이것이 고스란히 청주시광역소각장으로 오고 있다”고 밝혔다.

 

38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속에 새벽부터 오후 늦은 시간까지 수레를 끌고 폐지와 재활용품을 줍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투명 인간 같은 존재였지만 그들은 사회가 지불해야 할 비용을 감수하며 고단한 노동을 수행하고 있다.

 

 

얼마나 줄었을까?

 

현재 청주시 관내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들의 규모는 정확하게 파악된 것이 없다. 2011년 청주시가 관내 고물상 전수조사를 실시했는데 당시 미등록을 포함해 114곳의 고물상이 영업을 하고 폐지를 줍는 노인은 338명으로 조사됐다.

2014년 통계청 조사에서는 65세 인구 노인 중 5%가 폐지를 줍는 것으로 나왔다. 한국자원순환연대에 따르면 2016년 현재 생계형으로 폐지나 재활용품을 재활용품을 수집해 소득을 올리는 인구는 170만명 정도로 추정했다.

한국재활용협회 충북지부(대표 김용균)가 추정한 수치는 청주시보다 높다. 이 단체 관계자는 “2017년 현재 청주시 관내에는 미등록을 포함해 300여곳의 고물상이 운영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소규모 고물상의 경우 한 곳당 보통 5~10명의 폐지줍는 노인이 거래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하면 청주시 관내에서 최소 1500명 안팎의 노인들이 폐지나 재활용품을 수집하는 것으로 추정 할수 있다.

한국재활용협회충북지부는 가격하락 여파로 폐지를 줍는 노인들의 수가 꽤 줄었다고 밝혔다.

이 단체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는 없지만 고물상에 반입되는 폐지량이 상당 비율 줄었다는 것은 명확하다”며 “폐지 뿐만 아니라 가격이 떨어진 플라스틱 재활용품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고 말했다.

 

 

 

폐지줍는 노인들의 사회적 가치는 얼마?

 

청주시가 밝힌 청주시광역소각장 전년대비 반입량 1일 증가량은 41톤. 연간 300일을 기준 잡으면 1만2000톤이 넘는다.

현재 청주시광역소각장은 1일 400톤의 처리용량을 갖췄지만 이미 용량 한계치에 다다른 상태다. 청주시광역소각장은 용량 한계치를 견디다 못해 지난 8월 외부 민간소각장에 소각을 위탁하고 매립장에도 일부 폐기물을 매립했다고 밝힌 상태다.

당시 청주시가 밝힌 외부 민간 소각장 처리비용은 1톤당 20~25만원. 올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1만2000톤을 소각할 경우 연간 30억원이 소요된다.

이 비용이 전부는 아니다. 광역소각장 까지 수거비용이 추가로 소요된다. 단순 비교하면 10% 이상의 추가비용이 필요하다.

민간위탁 비용이 더 많이 소요되는 만큼 청주시가 추가로 소각장을 증설하는 것도 방법이 된다. 하지만 200톤 용량의 소각로를 증설하는데 소요된 예산만 수백억원.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것은 매 마찬가지다.

소각장 대신 청주시재활용선별장을 증설하는 것도 방법이 된다. 현재 1일처리용량 50톤의 청주시 선별장도 포화상태여서 비슷한 규모로 증설해야 한다. 청주시 관계자는 1일 50톤 정도의 선별장을 새로 짓는데 50억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물론 청주시광역소각장 반입물량이 증가한 것이 전적으로 폐지줍는 노인과 관련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또 소각장을 증설하면 열 판매 등 부가적인 수입도 발생한다.

현재 청주시 관내에서 폐지줍는 노인을 1500명으로 가정하고 노인 한명당 하루 100㎏의 폐지를 수거하는 것을 기준으로 이들이 연간 수거하는 폐지량은 4만5000톤.

이를 현재가격인 1㎏당 50원으로 환산하면 폐지 줍는 노인이 연간 벌어들이는 수입은 22억5000만원, 1인당 연간 150만원이다.

이들이 활동을 전면 중단할 경우 연간 90억원 이상의 소각비용을 청주시가 부담해야 한다. 물론 여기에 수거비용도 동반된다. 청주시 관계자에 따르면 재활용수거차량 1대당 3명이 투입되고 하루 2.8톤을 수거한다.

15톤을 수거한다고 가정할 경우 수거차량 5대와 15명의 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필요한 비용한 10억에 육박한다.

여기에 소각량 증가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추가된다.

38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속에 새벽부터 오후 늦은 시간까지 수레를 끌고 폐지와 재활용품을 줍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투명 인간 같은 존재였지만 그들은 사회가 지불해야 할 비용을 감수하며 고단한 노동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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