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A택시 전 노조위원장 B씨, 후임 위원장에게 살인예비교사?
지시 받은 한연수씨 "구체적 방법까지 제시했다"…검찰 '무혐의'

 

"술 먹다가 꼬꾸라지면 어디 갖다가 내버려둬. 박달재 넘어가는 길에 대로에다가 밤에 갖다 놓으면 어떤 놈이 안 치어? 술 한 잔 처먹여서 완전히 가면 시체될 거 아니야…"

지난 2015년 5월 21일, 충주 A택시 전 노조위원장 B씨가 당시 노조위원장인 한연수씨에게 했던 말이다. B씨는 당시 한국노총충주음성지역지부 의장을 역임하고 있었던 상황.

후배 노동자이자 자신이 속한 회사 노조위원장인 한 씨에게 노조 부위원장인 전정우씨에게 술을 먹인 뒤 만취상태에 빠지면 인적이 드문 도로에 던져놓으라는 것. 지시를 받았던 한 씨는 "의장의 지시가 장난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여러 차례에 걸쳐 구체적인 방법과 장소를 알려주며 살해를 지시했다. 알리바이와 빠져나갈 방법까지 알려줬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실제로 한 씨가 제공한 녹취록에 따르면 당시 B씨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어. 연수야, 옛날에 깡패 새끼들이 칼로 쑤셔죽이면 누구라도 잡히잖아. 술 한 잔 처먹여서 가면 시체될 거 아니야. 차 갖고 가서…밤에 보여? 차 지나가면 그냥 뭐 들이받게 갖다 놔 바. 죽는 거지"라고 말했다.

한 씨가 빠져나갈 알리바이에 대해서도 "알리바이도 좋잖아. '술 먹더니 제천 태워다 달라 그래서 갔는데 갑자기 내려달라고 해서 내려줬다고, 그래서 온 것 밖에 없는데 무슨 소리하는 거냐고' 그러면 끝나는 거 아니야?"라고도 말했다.

뒤바뀐 경찰 수사결과, '검사가 수사 재지휘'

그렇다면 한국노총 지역지부 의장인 B씨는 왜 후배 노동자이자 자신의 조합원인 한 씨에게 이런 지시를 내렸던 걸까? 당시 노조 부위원장이던 전 씨는 노조 회계장부 인수인계와 조합비 횡령 의혹, 사납금 문제와 회사 대표의 횡령 의혹을 제기하는 등 B씨와 회사의 비위 의혹을 제기했었다.

전 씨는 "당선이 되고 나서 전 위원장 B씨에게 노조 회계장부 등의 인수인계를 요구했지만 B씨는 장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핑계로 인수인계를 거부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노조 조합비 횡령사실을 발견하고 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B씨에게 해명을 요구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전 노조는 사측과 상당히 가까웠다. 사내 여러 부분에 비리가 존재했고 회사에도 이런 점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왔다. 회사와 사실상 결탁관계에 있던 B씨가 우리를 곱게 보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B씨는 무려 18년간 충주 A택시 노조위원장을 역임했었다.

전 씨는 이 건과 관련한 경찰 수사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담당 형사와 전화 통화를 했는데 나에게 '기소 의견으로 올렸는데 검사가 수사 재지휘를 했다. 이건 불기소로 올리라는 뜻이다' 라고 말하면서 그간 조사했던 것과는 다르게 불기소 송치 의견으로 검찰에 서류를 보냈다"고 비판했다.

B씨, 회사 대표와 유착관계 드러나

B씨가 노조위원장 직을 맡았을 때 2년간 부위원장 직을 수행했던 한 씨도 자신이 위원장이 되고 난 뒤 B씨로부터 많은 압력과 협박이 있었다고도 털어놨다.

한 씨는 "위원장 B씨는 형님이라 부르며 따랐었다. 하지만 내가 전정우 부위원장과 노조에 당선된 뒤 사측에 노동자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자 B씨가 계속 개입해 압력을 가했다"며 "회사 대표와 상무, B씨가 나에게 여러 번 부위원장을 막을 계획을 지시했었다"고 토로했다.

한 씨가 제공한 녹취록을 보면 충주 A택시 대표는 수차례에 걸쳐 "연수야 노조 집행부 때문에 골 아파 죽겠다. 내가 저런 애들은 처음 봤고 내가 말 한마디면 너희 설거지 그냥 당해", "B를 선택 하던지 쟤(전정우 부위원장)를 선택하든지 생각을 한번 해봐", "B도 가만히 있을 놈이 아니야. 이렇게 해서 질러놓으면 B가 또 얼마나 기분 나쁘겠냐고. 배신감 또 느끼잖아" 라고 말하는 등 B씨와의 유착관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또 B씨와 회사가 돈으로 전 씨를 매수하려 했다고도 주장했다. 한 씨는 "부위원장이 조합비 사용과 관련해서 B씨에게 사용내역을 요구하자 나에게 '부위원장에게 원하는 돈을 제시해봐라. 그리고 그걸 녹음해둬라' 라고 말했었다. B씨는 물론 사측에서도 구체적인 액수를 제시하며 부위원장과 나를 매수하려 했다"고도 주장했다.

한국노총충주음성지역지부 의장, 왜 그랬나?

하지만 한 씨가 이에 응하지 않고 계속해서 문제제기를 하자 B씨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 씨가 제공한 녹취록에 따르면 B씨는 "내 후배들은 내가 무슨 말을 하면 '이 새끼 바로 죽이고 오겠습니다.'라고 한다. 네가 나를 어떻게 띄엄띄엄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내 친구도 전국 조직계 대부로 앉아 있고 내가 무슨 일 있다하면 바로 내려올 놈이다"라며 한 씨를 협박했다.

이 외에도 B씨는 "니(한연수)가 어디 쪽으로 잡느냐가 제일 중요해. 그 새끼(전정우 부위원장)하고 갈 건지. 회사하고 갈 건지만 딱 잡으면 돼. 형 생각에는 너는 회사하고 가야돼. 무슨 얘기인지 알지?" 라고 말하는 등 당시 사측과 갈등관계에 있던 노조위원장 한 씨에게 여러 차례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실제로 B씨는 한 씨를 협박한 혐의로 지난해 3월,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으로부터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B씨는 "한연수가 나한테 부위원장 때문에 힘들다면서 죽이는 방법 좀 알려달라고 해서 지나가는 말로 했던 말이다. 이걸 녹음해서 사람을 고소하고 해서 몇 달을 고생했다"며 "협박으로 약식명령을 받은 것도 재판을 받는 것이 번거로워서 그냥 다 인정해줬다. 협박이라고 하는데 그냥 술자리에서 지나가는 말로 했던 말이다. 지금은 한국노총과 회사를 모두 떠나고 자연인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검찰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지난 2월, B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해당 사건에 대한 청주지방검찰청 충주지청 불기소 결정서에 따르면 검찰은 "피해자가 제출한 녹취록 사본에 의하면 피의자가 한연수에게 살해하는 방법에 대해 진술한 것은 사실이나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일시 장소 등을 특정하여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피의자가 한연수와 일시장소를 특정 하는 등의 준비행위를 하였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불기소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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