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화력발전 24살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

<캠페인 : 지역과 노동을 잇다> 비정규직 없는 충북만들기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비정규직 문제를 고민하는 충북의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의 연대체로 충북비정규직의 처우개선과 나아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회양극화 및 불평등 해소’, ‘비정규직 문제 해결’, ‘노동존중’ 등이 시대적 과제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운동본부는 충북인뉴스와 지역의 저임금‵비정규 노동의 현실, 노동정책과 이슈 등을 통해 시대적 과제로 제기되는 문제들을 집어보려고 합니다. 지역과 노동을 잇는 소식이 ‘노동이 존중되는 충북, 살 맛 나는 충북’을 만들기 위한 걸음에 보탬이 되길 희망합니다. 충북인뉴스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뿐만 아니라 모든 차별을 반대합니다. 비정규운동본부의 활동을 지지하고 응원하면서 활동가들이 기고한 글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태안화력발전 24살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

"다른 아이들은 살려야 합니다."

 

(글 :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 김순자)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 김순자

지난 12월 11일,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홀로 4km에 이르는 석탄운송설비를 걸어서 야간 점검하던 하청 계약직 노동자 김용균님이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목숨을 잃었다. 그가 일한 곳은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이지만 소속된 업체는 한국발전기술(주)이라는 외주하청업체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컨베이어벨트 아래 떨어진 석탄을 빼내는 작업은 위험한 업무이다. 원래 정규직이 하던 2인 1조 업무지만, 발전소의 외주화 구조조정으로 외주하청업체로 떠넘겨 지면서 1인 근무가 됐다. 문제가 발생하면 누군가 기계를 멈추고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하지만, 외주업체가 이 같은 조치를 취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윤을 위해 위험한 업무를 마음대로 외주화할 수 있고, 하청에서 사고가 나도 원청이 책임지지 않은 사회구조가 그의 목숨을 앗아갔다.

 

충북에도 김용균이 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충북 단양의 한 석회석 하청공장에서 근무하던 노동자가 석회석을 운반하는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졌다. 2인 1조 근무였지만, 다른 일을 하다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 하청업체의 주장이다. 원청은 현장을 폭파해 버렸다. 음성군 금왕읍 화학제품제조업체에서는 우즈베키스탄 노동자가 회전하는 냉각롤 축에 끼어 숨졌다. 내비게이션 공장에서 일한 지 약 두 달 만에 20대 여성은 뇌출혈로 숨졌다. 숨진 지 1년이 지났지만 마지막 월급은 아직도 지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파견근로자였던 그를 원청인 갑 업체와 실사용자인 을 업체, 파견업체인 병 업체 모두 외면하면서다. 충북의 노동자들은 철근에 깔려, 크레인 작업중 거푸집에 맞아, 도로보수 중 차에 치여, 국방부 발주 현장에서 폭염으로, 화학물질에 노출돼 죽었다. 죽거나 다친 노동자들 대부분은 하청, 하도급, 비정규직 노동자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을 멈춰야 한다.

“다른 아이들은 살려야 합니다.”

고 김용균님의 어머니는 24일 산재법 개정을 다루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찾아 이 같이 말하며 산재법 개정안 법안처리를 간곡하게 호소했다. 더 이상의 억울한 죽음을 막기 위해 시민사회는 태안화력 비정규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죽음의 외주화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해야 합니다. 위험의 외주화 비정규•하청노동자에게 집중되는 중대재해

 

한국남동·서부·중부·남부·동서발전 등 5개 발전사에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발생한 사고 346건 가운데 337건(97%)이 하청 업무에서 발생했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9년 동안 이곳에서 산재로 사망한 40명 가운데 하청 노동자는 37명(92%)이다. 주요 업종별 30개 기업에서 발생한 산재사망 노동자의 95%가 하청노동자이고 원청 사망자(2명)의 18배 달한다.

하청의 임금 수준이 낮기도 하지만, 하도급을 주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유해위험 작업이기 때문”이다. 유해위험한 작업을 하청 주면서, 그에 수반되는 안전의무도 외주화하는 것이다. 현행 산안법은 법 위반 시 원청이 하청보다 처벌이 낮고, 산재사망에 대한 처벌에서 원청의 법 위반에 대한 조항이 없다. 위험의 외주화를 선도하는 재벌 대기업. 중대재해 사망자중 하청 노동자 비율이 40%로 지속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위험업무 외주화로 대기업이 받는 산재보험료 할인은 2015년에만 4,981억이다. 0.7%에 불과한 대기업이 전체 산재보험료 할인액의 34%를 감면 받았다. 서부발전은 지난 5년동안 무려 22억5천만원의 산재보험료를 감면 받았다.

최근 5년간 사고성 산재로 사망한 하청 노동자만 1,426명에 달한다. 태안화력의 지속적 하청 산재 사망은 도급의 정의도 범위도, 처벌도 제한된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의 문제이다. 재벌 대기업, 공기업의 하청 산재사망이 지속되는 것은 무수한 안전관리 매뉴얼도 근본적 고용구조 개선 없이는 휴지조각이라는 반증이다. 유해위험 업무의 도급을 금지하고, 산안법 위반으로 인한 산재사망에 형사 처벌 하한형 도입 없이는 기업의 법 준수 및 예방을 위한 투자, 구조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으로 위험의 외주화 막고, 원청 책임 및 처벌을 강화해야 합니다.

 

사고 이후 결성된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는 산안법 전면개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주요 요구로 하고 있다. 정부의 산안법 개정안에는 위험의 외주화 금지, 원청 책임 및 산재사망 처벌강화, 화학물질 독성정보에 대한 기업의 영업비밀 남발 제한, 특수고용노동자 산업안전보건법 일부 적용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그가 숨진 지 8일 만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산안법 전면 개정안을 다루겠다며 법안심사 회의를 열었다. 2016년 5월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하청 노동자 김군의 사망사고 이후 사업주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는 여러 법안이 발의되었다. 하지만 2년 7개월 동안 방치해 놓고서는 “국회가 임무를 방기해 재발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진 뒤에야 논의를 시작한 것이다. 그 사이 구의역 김군의 죽음이 태안화력발전소 등 여러 비정규직 현장에서는 끊임없이 반복 되었다.

더 이상 죽음을 지켜볼 수 없다. 솜방망이 처벌, 벌금형 같은 미약한 처벌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걸 반복되는 죽음이 보여주고 있다.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원청 기업을 강력하게 처벌해서 사람이 죽는 일만큼은 막아야 한다. 유해위험작업에 대한 하도급 금지하고, 작업 도중 위험을 느끼면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국회는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시킬 ‘산업안전보건법’, 산재 사망사고와 소비자 시민 피해를 막기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즉각 통과시켜야 한다. 반복되는 비정규직 노동자 죽음 앞에 이제 국회와 정부가 답해야 한다.

충북지역 시민사회는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님 추모행동을 이어간다. 지난 12월 17일, 18일 추모행동에 이어 20일에는 추모문화제를 열어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죽음의 외주화 중단’을 촉구했다. “죽음의 외주화 중단하라, 기업살인법 제정하라, 비정규직 철폐하라”는 외침이 책임 있는 자들에게 닿길 바란다. 오는 27일 운동본부와 민주노총충북지역본부는 충북지역 시민사회와 함께 4차 추모행동을 예정하고 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과 다루는 업무,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고용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촛불이 바랐던 상식이고 정의입니다. ” - 문재인 대통령(2018.1.10. 신년사)

"저는 김용균 엄맙니다. 우리 아들이 바란 것처럼 대통령을 만나고 싶어서 왔습니다. 저는 만나고 싶습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해서 우리 자식들이 더 이상 억울하게 죽지 않게 해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도와주십시오. 힘내서 싸우겠습니다. 저와 함께 갑시다." - 고 김용균님 어머니 (2018.12.22. 범국민추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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