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의원 해외연수 일정 '세계적인 관광지' 일색
공식일정 없는 날도 수두룩…관광지에서 뭐 배웠나

 

[충북인뉴스 계희수 박명원] '해외여행 잘 다녀오셨나요?' 지난해 7월, 임기를 시작한 제2대 통합청주시의회 의원들에게 묻고 싶은 말이다.

일본 도쿄 아사쿠사 관음사, 우에노 공원, 삼나무 숲 길, 하코네 공원. 로마 유적지, 미켈란젤로 언덕, 베니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밀라노, 융프라우요흐, 파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탐방. 독일  포츠담 광장, 베를린장벽 기념관, 하넨문, 프라하 성, 비엔나미술사 박물관.

청주시의회 행정문화위원회, 농업정책위원회, 경제환경위원회, 도시건설위원회 소속 시의원들이 다녀온 '공무국외연수' 코스 일부다. 이들 위원회 소속 시의원 30명 중 개인 사유로 불참한 4명을 제외한 26명이 지난해 말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복지교육위원회는 정의당 이현주 시의원 등 일부 초선의원들이 외유성 일정을 거부하면서 연수가 취소됐다.

앞서 충북도의회는 지난 2017년 수해 때 일부 도의원들이 외유성 연수를 다녀온 사실이 알려져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후 당선된 지방의원들의 첫 해외연수에 시민들의 이목이 쏠렸고, 첫 타자로 연수를 떠났던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는 대표적 모범사례로 전국에 소개됐다. 청주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역시 게스트하우스 활용, 연수 보고회 개최 등 내실있는 해외연수의 새바람을 몰고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가운데 청주시의회 행정문화위원회, 농업정책위원회, 경제환경위원회 의원들은 조용히 연수를 떠났다. 지난해 10월부터 11월초 사이에 짧게는 4박5일, 길게는 7박9일 일정으로 공무국외여행을 다녀왔다.

<충북인뉴스>가 이들 위원회가 작성해 시의회 홈페이지에 공개한 공무국외여행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주객이 전도된 ‘단체 해외여행’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해 공무국외연수 일정으로 스위스에 방문한 청주시의회 농업정책위원회.

구색만 갖춘 공무해외연수, 대부분 관광지

보고서에 따르면 의원들이 방문한 곳 대부분은 세계적인 관광지로 유명한 국가나 도시들이다. 시의원들은 '관광자원 벤치마킹', '도시재생', '지역경제 활성화' 를 명목으로 프랑스 파리 샹제리제 거리와 베르사유 궁전, 이탈리아 베네치아 수상도시, 스위스 융프라우요흐 등을 방문했다. 사실상 5~9일 간의 여행사 패키지 코스에 공식방문 서너개를 끼워 넣는 수준이다.

행정문화위원회의 경우 독일·체코·오스트리아를 다녀왔다. 남북교류 협력, 시청사 건립, 문화·예술시설의 효율적인 관리 등의 모범사례를 체험하겠다는 명목이었다. 7박9일간 일정에 '공식방문'중 구텐베르크 인쇄박물관, 주독 한국대사관, 빈 시청사를 방문한 세 번이 전부다. 이 또한 오후 시간 일부만 일정을 할애했다. 나머지 시간에는 베를린장벽 기념관, 드레스덴성, 예술도서관, 프라하성, 비엔나미술사 박물관 등 대표적인 관광명소를 다녔다.

경제·환경 분야 해외우수사례 현장체험을 하기위해 일본 도쿄로 4박5일 연수를 떠난 경제환경위원회도 공익재단법인 신주쿠구 노동자·사업자 지원센터, 솔라베어 재단 방문, 시카나와 청소공장 시찰을 제외하면 일정표 대부분이 주요 관광코스 일색으로 채워졌다. 이들 위원회도 아사쿠사 관음사, 우에노 공원, 황거, 긴자거리, 삼나무 숲 길, 하코네 신사 등 도쿄 주요 관광지를 빼놓지 않고 들렀다.

농작물 생산 및 유통,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등의 우수사례를 배우기 위해 이탈리아 스위스 등 서유럽 국가를 방문한 농업정책위원회는 보고서 상에 관련 기관을 방문한 기록이 아예 없다. 7박9일 일정동안 로마 유적지 및 시내 관광, 미켈란젤로 언덕, 베니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탐방, 융프라우요흐 등정, 파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탐방,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샹제리제 거리 및 광장 등 여행사 관광코스라고 해도 믿을 만큼 외유성이 짙었다.
 

업무연관성이 적은 시청 팀장급 공무원들도 해외연수에 참여했다.

업무연관성 없는 사람까지…과도한 수행 인력 동행

의원들과 해외연수에 동행한 명단에는 연수내용과 업무 관련성이 없는 의회사무국, 시청 직원 등 다수 수행인력이 포함돼 있다.

농업정책위원회는 일부 의원이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해 모두 4명이 연수에 참여했는데, 수행공무원도 4명이나 외유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의원 수만큼의 수행인력이 따라간 것이다.

전문위원실 직원 2명은 업무연관성이 인정되지만 의회사무국 소속 직원 2명은 그 관련성이 전무했다. 실제로 해당 직원들은 회의 지원 및 보조, 방송·영상 촬영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들 공무원들은 많게는 400만원이 넘는 연수비용을 전액 지원받았다.

행정문화위원회의 경우 지난해 연수에 시의원 8명, 공무원 5명 등 모두 13명이 해외연수에 나섰다. 전문위원실 직원 2명을 제외하면 업무연관성이 없는 의회사무국과 시청 팀장들이 연수에 동행했다. 시청 팀장들의 경우 체육진흥팀·의회법무팀 소속으로 해당 연수와는 업무관련성이 적었다. 보고서에 명시된 이들 공무원 5명이 해외연수에서 맡은 역할은 일정지원·자료수집 등으로 모두 동일했다.

계희수 기자 cbinhs@gmail.com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