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해외연수 다녀와서 한다는 소리가…
상인 탓, 시민 탓, 배워오랬더니 '남 탓'으로 점철
충북 시민단체 "국민이 아닌 시의원들 계몽해야"

 

[충북인뉴스 계희수·박명원 기자]

"(일본 사례는) 인근 시민들의 집단 민원 등으로 시설입지 단계부터 골머리를 앓는 우리의 현실과 극명하게 대비되었다. 우리나라 님비·눔프현상에 대한 실망감과 더불어 국민의식 계몽이라도 벌였으면 하는 생각으로 잠 못 이루었으며, 한편으로는 부끄럽지만 일본의 시민의식 수준에 부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청주시의회 경제환경위원회가 일본의 공공 쓰레기 소각시설에 견학을 다녀와 보고서에 남긴 소감이다. 이들은 우리나라가 유해물질 배출과 쓰레기 소각시설 입지 문제로 몸살을 앓는 것과 일본의 사정을 비교하며, 시민을 비하하는 내용을 보고서에 담아 논란이다.

경제환경위원회는 지난해 말 4박5일 간 일본 됴쿄로 떠난 공무국외여행 중 우리나라 쓰레기 소각처리시설에 해당하는 '시나가와 청소공장'에 방문했다. 시설 관계자들과의 간담회 내용을 보면 소각과정에서 오염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벌이는 노력, 청소시설 선진화를 통한 유해물질 배출 방지, 자치단체가 벌이는 소통노력과 시설 직원들이 모두 공무원이라는 사실 등이 잘 설명돼 있다.

하지만 공무국외여행 소감란에는 "주거지역과 인접하여 운영되는 점은 인근 시민들의 집단 민원 등으로 시설입지 단계부터 골머리를 앓는 우리의 현실과 극명하게 대비되었다”며 시민들이 유해 소각 시설이 주거지 근처에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행동을 비난했다. 위원회는 이런 현상을 '님비(지역 이기주의)'와 '눔프(복지는 원하지만 증세는 거부)'라고 표현했고, 이를 '국민의식 계몽'을 통해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을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인식한 것이다.

이에 대해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이성우 사무처장은 "이런 시의원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 밤 잠을 못 이루겠다. 시민들을 계몽해야 한다는 시의원들을 계몽해야 할 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시민의식을 말하기 전에 일본의 소각시설들이 어떻게 설치되고 운영되는지 알아야한다. 우리보다 훨씬 좋은 제도 속에서 문제 없이 운영되고 있다"며 "시민들이 소각시설을 반대하는 것은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라 일본처럼 제대로된 공감 과정과 유해물질 차단을 위한  제도개선 없이 무조건적 밀어 붙이기 행정을 추진하기 때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일본 도쿄로 공무국외여행을 다녀온 청주시의회 재정경제위원회가 작성한 보고서중 일부. 관계 법령을 정비하는 것보다 시민들의 의식 전환이 먼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외연수 보냈더니 '시민의식 탓' 만

경제환경위원회의 '시민의식 탓'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통시장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명목으로 도쿄의 주요 관광지를 찾은 위원회는 이번에는 지역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상인들을 비판했다. 자구책을 마련하는 대신 지자체에 요구사항만 늘어놓는다는 이유다.

아메요코 전통시장 상점가 연합회와 만남을 갖고 나카미세 도오리, 긴자거리 견학 일정을 소화한 위원회는 "일체 지원금 없이 자생적 운영 및 외부 어려운 여건에도 경제와 시장의 원리에 맡기자는 민주적인 의식이 높으며 자연스럽게 상점가 스스로 끊임없는 자생능력 개발을 도모함"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주변에 유명 호텔, 사찰, 박물관  등 관광 자원 인프라가 잘 구축돼 거대 상권이 된 도쿄 거리와 상가의 사례를 빗대 지역의 상인들의 의식수준을 비판한 것이다.

보고서에는 "전통시장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하여는 기본적으로 점주들의 자생노력이 전제가 되어야 하며, 기존의 수많은 시설현대화 사업, 보조금 지원에도 뚜렷한 효과가 없이 오히려 지자체의 의존도만 높이고 요구사항만 난무하는 현실에 대한 해결책을 심도 있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짐"이라며 시장주의적 관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에 대해 충북청주경실련 이병관 정책국장은 "중심 관광지에 위치한 시장과 상가는 자치단체 지원이 없어도 잘 될 수밖에 없다. 관광지를 기준으로 설정해놓고, 우리지역 상인들은 노력하지 않고 혜택만 바라는 나쁜 사람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농업 살린다더니 올리브 효능은 왜?

선진국의 농축산물 유통 및 가공 비결을 배워오겠다며 연수에 나선 농업정책위원회도 정작 내놓은 결과물은 부실했다. 이탈리아 캄파니아주 소렌토 올리브농장을 방문한 뒤 작성된 보고서에는 농장 방문에 대한 단순 감상만 적혀 있을 뿐 지면의 대부분은 올리브의 효능과 재배법을 소개하는데 할애됐다.

로마 캄파냐 아미카 시장을 방문한 뒤 작성한 보고서 역시 단순히 ‘청주시에서도 로컬푸드 직매장과 직거래장터를 활성화 하자’는 선언적 내용에 그쳐 해외 현지 방문에 들인 시간과 비용을 무색케했다.

또 연수 내용과 관련없는 스위스 대표 관광코스인 융푸라우요흐를 등정하면서 "정상 아랫부분은 맑아 풍광을 잘 감상할 수 있었는데 정상부분은 구름으로 깊게 덮여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어 정상의 아름다운 풍광을 뒤로 하고 하산했다"며 관광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일정은 관광일색, 보고서는 '수준 이하'

7박9일 간의 독일과 체코, 오스트리아 연수 중  공식방문이 단 3건에 그친 행정문화위원회의 보고서는 청주시에 적용이 가능한 내용을 찾기 힘들었다.

이들 위원회는 구텐베르크 박물관의 성서를 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에 전시하자는 등의 교류사업 계획을 보고서에 담았지만, 앞서 박물관 측은 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성서 반출은 불가하다고 밝혔다. 현실화에 대한 별다른 고민 없이 보고서를 작성한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지난해 9월, 남북교류협력사업에 관한 조례를 발의하기도 했던 행문위는 정범구 독일 대사를 찾아 남북교류의 대한 자문을 구했다. 하지만 청주시가 중심이 된 지역 간 교류에 초점이 맞춰 지기 보단 남북을 둘러싼 대내외 정세, 분단국가의 현실 정도의 현안 질의만 오고 갔을 뿐이다. 다만 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조례제정, 교류사업 발굴 등을 착실하게 준비하고 대비해야 할 시기라고 적었다.

이처럼 외유성 연수와 '수준 이하'의 부실한 보고서에 대해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오창근 사회문화국장은 "왜 해외연수가 필요한지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 이정도 내용이라면 인터넷검색과 기초 자료조사 만으로 충분히 제시할 수 있는 내용이다"라면서 "준비된 주제를 가지고 충분한 검토 뒤에 연수를 떠나도 늦지않다. 지금과 같은 방식이라면 제도 자체를 다시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라고 평가했다.

청주시의회 각 위원회의 공무국외여행 보고서는 의회 홈페이지(council.cheongju.go.kr)의 '열린마당' '정보공개' 목록에서 시민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