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자유로운 공동체가 정체성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매번 부딪히는 질문입니다. 우리 신문사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 도대체 어디일까요.

충북인뉴스의 뿌리는 ‘올곧은 말 결고운 글’을 모토로 내건 충청리뷰이기에 뿌리를 이야기 하면 당연히 충청리뷰입니다.

만물박사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충청리뷰』는 보수적 경향이 지배하는 지역 언론시장에서 진보적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창구가 되겠다는 취지로 1994년 9월 15일에 월간지로 창간됐다. 또한 사회적 강자에게 철저하고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대중정론지를 표방하고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부연설명도 따라옵니다. “2003년 5월 『충청리뷰』 인터넷 판을 확대 보강한 인터넷신문 『오마이충북』(www.ohmycb.co.kr)을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이후 『오마이충북』을 분리 독립시키기로 함에 따라 2004년 5월 『씨비아이뉴스』(충북인뉴스)(http://www.cbinews.co.kr)로 법인을 독립시켰다.”고 합니다.

맞습니다. 충북인뉴스의 뿌리는 충청리뷰이고 충청리뷰의 산증인인 권혁상 기자가 있는 신문입니다.

초대 발행인은 충청리뷰 초대 발간인이였던 도종환 현 문체부 장관입니다. 발행인 도종환은 지금은 장관이지만 충청리뷰 창간당시 해직교사였습니다.

1996년인가요? 아니면 1997년인가요. 제 기억으론 그 시기 IMF 환란으로 인해 전국도처에서 정리해고가 넘쳐났고 노동자가 길거리로 내몰렸습니다. 김영삼 정부는 당시 외환위기를 무마하기 위해 노동자들에 대한 정리해고를 법제화하는 내용을 담은 개악노동법과 안기부법을 날치기 통과시켰습니다.

노동자들은 파업으로 맞섰고 기어이 김영삼 정부의 법안취소를 끌어냈습니다.

아시는 분들이 많지는 않지만 도종환 충북인뉴스 초대 발행인은 당시 민주노총충북본부의 회계감사였습니다. 민주노총이 노동법‧안기부법 날치기 통과해 항의에 들어가자 김영삼 정부는 민주노총의 임원들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수배조치를 내렸습니다.

당연히 도종환 당시 발행인도 민주노총 충북본부의 다른 임원과 마찬가지로 수배생활에 들어갔습니다. 당시 민주노총충북본부는 천주교청주교구 주교좌 성당이었던 내덕동 성당에서 다른 민주노총 간부와 함께 천막농성 수배생활에 들어갑니다.

저는 충북대학교 학생신분이었고 그 시절 민주노총의 농성과 집회에 참여했습니다.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김영삼 정부가 마침내 노동법‧안기부법 날치기 개악안을 철회했을 때 노동자들이 모여 기쁨의 마지막 집회를 했던 날입니다.

기억이 지금도 생생한데 도종환 충북인뉴스 초대 발행인은 마지막 집회에 참석해 ‘노동자는 위대하다’란 시를 낭독했습니다.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충북인뉴스의 뿌리를 이야기하다보니 초대 창간 발행인 이야기를 길게 했습니다.

충북인뉴스는 그런 신문입니다. 한겨레 신문이 군사독재정권 시절 국민주 운동으로 만들어졌듯이 충청리뷰는 도민주운동으로 독립신문을 표방하면서 만들어진 신문입니다.

충북인뉴스 또한 그런 충청리뷰의 피를 이어받았고 여전히 그렇습니다. 초대 발행인의 정신을 보더라도 여전히 그러합니다.

사회적 약자와 진보적 관점에서 운영되는 신문입니다. 그래서 2016년 충북인뉴스가 충청리뷰와 법인분리 독자경영을 외쳤을때도 충북인뉴스는 충북지역 유일의 진보적인 언론이라고 감히 겁도없이 이야기 했었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하니 이것은 자만입니다. 후배기자들과 이야기 하면서 우리 신문의 정체성을 이야기 하다 문득 든 생각입니다.

우리 충북인뉴스의 정체성에 대해서 다시 정리해보고 싶은데 제 개인적인 결론은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니면 좋겠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습니다.

제 생각에선 ‘기자들의 자유로운 공동체’이자 ‘기자들의 총합이 우리 신문의 정체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 신문 구성원들을 보노라면 사람에 대한 애정이 참 많습니다. 20대 초반의 우혜민 영상기자는 충주성심맹아원 기자회견을 보면서 눈물을 흘립니다. 우혜민 기자처럼 나머지 기자들도 그런 인지상정을 갖고 있습니다.

흐르는 강물에 대해 좌우를 가릴수 없듯이 우리 충북인뉴스가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가진 기자들의 자유로운 공동체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최근 우리 기자들과 음주소통 자리에서 한 가지 의견을 모았습니다. 기자 모두가 편집국장이라는 건데요.

요약하면 편집국장의 권한을 모두가 행사하자는 겁니다. 한 기자가 제안했을 때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일단 지시에 따라 취재를 하고 이후 2회 보도후에 공동평가를 통해 평가를 해보자는 것입니다.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B급 신문사의 치기어린 행위로 보일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사람을 좋아하고 사회적 약자의 아품에 대해 공감하는 기자들이 자유롭게 제약없이 숨 쉴수 있는 공간이 되어보려 합니다.

그나저나 올해에는 충북인뉴스의 재정과 경영상태가 좋아져 저희 소속 기자들이 ‘기본적인 인간의 품위를 유지할수 있는 노동환경’을 제공하고 싶은 바람입니다.

열심히 하겠다고 거짓말을 일단 내면서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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