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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잃고 외양간도 못지킨 청주시

기사승인 2019.02.21  09:2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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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 축조 내곡동 저수지 땅 소유권 소송 패소
1종 근린생활시설 인허가 둘러싸고 특혜 논란 불거져

청주시가 일제부터 저수지(소류지)로 쓰고 있던 땅을 부당이득금반환소송에서 패소해 소유권을 빼앗긴뒤 인허가 특혜 논란까지 불거져 자체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시 소유재산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행정의 무능과 함께 불공정 의혹까지 도마위에 오르게 된 셈이다. 문제가 된 땅은 청주시 흥덕구 내곡동 383-1번지 소류지(일명 소래울 저수지)와 인접한 2241㎡ 부지다. 해당 소류지는 일제 식민통치 시절인 1939년께 조선총독부가 한해대책사업의 일환으로 축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토지대장에는 1944년 3월 비과세 대상으로 분류돼 지목이 답에서 유지(溜池:일정한 구역 안에 물이 고여 있는 호수, 저수지, 연못, 늪지)로 변경됐다. 따라서 당시 일제가 소류지 편입토지 소유자에게 대금 지급을 통한 매수 절차를 거쳐 토지대장을 변경한 것으로 추정해왔다. 그동안 법원에서는 국가나 행정기관이 서류상 토지소유권 이전 절차(법적 등기)를 밟지 않았더라도 토지대장 등을 근거로 20년이상 장기 점유했을 경우 '자주 점유(소유자로 믿고 점유하고 있는 경우)'로 인정해 시효취득을 인정해왔다.
 

청주시 감사로 일시 중단된 내곡동 소래울 저수지 옆 1종 근린생활시설 신축 공사장.


하지만 청주시 내곡동 소류지는 법원이 자치단체의 '자주 점유' 사실을 추정했음에도 '대항력이 없다'는 이유로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일제 당시 소유권자의 상속자가 제3자에게 매각해 이전등기를 마쳤고 청주시를 상대로 부당이득금반환소송을 제기하며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선 것. 2013년 4월 청주지법 제1민사부(부장판사 이영욱)의 판결문에 따르면 일제때부터 마을 저수지로 사용해온 내곡동 소류지 땅은 2011년 4월 호주상속을 원인으로 이모씨가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뒤 보름만인 5월에 경기도에 주소를 둔 M씨에게 매각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초 소유권자는 1956년 사망했으나 45년만에 그 아들 이모씨가 호주상속을 내세워 소유권등기를 살려냈고 불과 15일뒤 매각한 것이다. 2011년은 행정기관의 '조상땅 찾아주기' 서비스가 활성화된 시점이기 때문에 뒤늦게 상속권자가 나타난 것은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소유권등기를 마치자마자 일반 토지도 아닌 유지를 타 지역에 사는 제3자 M씨가 즉시 매입한 대목은 이례적이다. 이후 매입자 M씨는 청주시를 상대로 부당이득금반환소송을 제기해 1심은 패소했으나 항소심에서 뒤집어졌다. 재판부는 “(청주시의)점유취득 시효가 완성됐다고 하더라도 이를 등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3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지면 점유자(청주시)는 그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토지 소송 소극적 대응 지적

 

반대로 ‘상속권자가 나서 법적등기를 마친 2011년 5월까지는 청주시가 취득시효 완성을 이유로 대항할 수 있었다’고 해석했다. 말하자면 45년만에 상속권자로 나서 등기를 마친 이모씨가 청주시를 상대로 부당이득금반환소송를 제기했다면 청주시가 대항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이같은 취지로 1심 재판부는 청주시의 손을 들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M씨를 선의의 제3자로 보고 그 권리를 우선한 판결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M씨가 상속권자가 등기를 살린 지 15일만에 땅을 인수한 과정을 ‘선의’로 해석할 수 있을 지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아울러 ‘자주 점유’를 통한 소유권을 강하게 주장했던 청주시가 항소심 패소 이후에 아무런 법적대응을 하지 않은 것도 의문이다. 실제 항소심 재판부도 청주시의 ‘자주 점유’를 통한 시효취득을 인정했지만 M씨를 선의의 취득자로 보고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따라서 청주시는 45년만에 소유권 등기를 마친 상속권자 이모씨를 상대로 법적 효력을 다퉈볼 여지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지역 법조계 Q씨는 “M씨가 제기한 부당이득금소송에 대해 재판부가 인정한 액수는 수백만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금전적 이익 보다도 소유권을 확실하게 보장받으려는 의도가 컸다고 볼 수 있다. 소송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해 상속권자가 아닌 제3의 등기권자인 M씨가 원고로 나섰다는 의혹이 짙다. 이 점을 감안했다면 애초 부당이득금소송이 들어왔을 때 앞선 등기자인 상속권자를 상대로 등기취소 맞소송을 냈어야 한다고 본다. M씨에게 패소당한 이후에도 상속권자를 상대로 한 법리다툼을 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결국 민간에 소유권이 넘어간 청주시 내곡동 383-1번지 소류지 부지는 청주시가 부당이득금을 변상하고 복토까지 해 농지로 원상회복시켰다. 이후 다시 한번 소유권 변경을 거친 뒤 2018년 흥덕구청에서 1종 근린생활시설 3개동 신축허가를 받게 된다. 2241㎡ 부지를 3명이 지분등기해 각각의 이름으로 건축인허가를 받았다. 작년말부터 공사를 시작해 건물 골조까지 마쳤으나 허가의 적법성에 대한 민원이 시에 접수돼 현재는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민원내용은 첫째, 허가난 부지가 차량 교행이 불가능한 2.5m 농로를 진입로로 삼은 점 둘째, 3400㎡이상 부지의 개발행위제한을 피하기 위해 3명으로 나눠 ‘쪼개기’ 신청한 의혹 셋째, 논밭 한 가운데 위치해 배수로 확보가 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했다. 실제로 건축주 3명은 똑같은 건축사사무소에서 설계하고 시공자가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제1종 근린생활시설(판매시설) 허가가 나면서 작년까지 20만원에도 거래가 안되던 주변 농지가 70~80만원대로 상승했다는 것. 결국 인접 농지들도 제1종 근린생활시설 허가가 가능해졌기 때문에 청주테크노폴리스 투기바람에 의한 난개발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대해 건축주 J씨는 “애초 자금이 부족해 3명이 돈을 모아 땅을 샀고 전문업체에서 개발허가에 문제가 없다고 해서 추진한 것이다. 혐오시설도 아닌데 민원을 제기하는 바람에 도로보수하는데 500만원, 배수로 연결공사에 500만원 등 비용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지분분할도 우리가 매입하기 전에 이미 이뤄졌고 공사가 중단된 것은 은행 대출 문제 때문이다.  사전에 한마디 취재도 없이 마치 불법 투기꾼처럼 언론이 보도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주시 감사관실 관계자는 “민원이 접수돼 조사를 했는데 법규 위반 사항은 없었다. 진입로 4m확보는 건축법상 대지에 접한 도로 폭을 규정한 것이다. 1000㎡이하일 경우에는 별도의 도로 규정없이 허가가 가능하다. ‘쪼개기’ 의혹에 대해서도 건축주 3명이 분할등기를 마쳐 개별 소유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배수로는 연결관로를 설치키로 해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을과 통하는 진입로인 폭 2.5m의 농로.


청주TP 투기지역 확대 도화선

 

결국 본보가 지난 2016년 12월 보도한 청주시 외북동 137번지 일대 9000㎡에 대한 제2종 근린생활시설(공장 및 창고) 5건 편법허가와 똑같은 상황이 재현된 것이다. 외북동의 경우 국토교통부의 개발행위허가운영지침에 따르면 개발 규모가 5000㎡ 이상이라서 6m이상의 도로를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5명이 분할등기 후 개별적으로 허가신청해 결국 진입도로 폭을 5000㎡이하에 적용되는 4m로 완화시키면서 허가를 받아냈다.

청주테크노폴리스 확장을 앞두고 강서2동과 내곡동 일대에는 주택용 ‘벌집’을 비롯한 제2종 근린생활시설(공장 및 창고)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이번에는 청주테크노폴리스 경계인 충북선 철도를 넘은 지역까지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근린생활시설이 확대된 셈이다.

이에대해 일부 지역주민들은 “인허가권을 가진 시청에서 규정대로만 해도 불허할 수 있는 시설인데 예외조항과 ‘쪼개기’ 묵인으로 편법허가를 내주고 있다. 일단 한번 뚫리면 인접 지역은 무더기로 신청이 들어올텐데, 왜 이런 행태를 반복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 ‘눈가리고 아웅’식 허가신청을 ‘실정법상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받아주는 것은 상호 유착 의혹을 더 할 뿐”이라고 말했다.

권혁상 기자 jakal4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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