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기아자동차서비스, 수리기간 길어 렌트비용 과다 논란
기아측 “사전고지해도 차주가 원하면 어쩔 수 없어” 해명

자동차 제조회사 직영 서비스센터에 정비 물량이 넘치다보니 보험 수리비 보다 대차 렌트비가 더 많이 나오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이같은 수리관행에 대해 보험업계나 서비스센터는 “소비자의 선택권이라 어쩔 수 없다”며 손놓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청주에서는 신봉동 기아자동차 직영 서비스센터의 출고지연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청주에서 기아자동차와 사고가 난 운없는(?) 운전자는 똑같은 피해를 입고도 몇배 많은 렌트차 비용을 부담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청주 신봉동 기아자동차서비스센터 건물과 옥상 주차장.

지난해 10월 청주 상당산성 주차장에서 접촉사고를 낸 A씨는 1개월뒤 보험사의 수리비 청구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자신은 단순한 스크래치(scratch:긁혀 생긴 흡집) 접촉사고로 여겼는데 총 청구비용이 300만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사고상황에 대해 A씨는 “차를 후진하다 옆에 주차된 기아 그랜드카니발 차량 측면을 살짝 긁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내려보니 상대 차 앞뒤 문짝 표면에 스크래치가 났는데 손가락으로 비벼보니 지워지기도 했다. 별거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보험 수리를 하는 것으로 조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1개월뒤 Q보험사 보상담당 직원이 알려준 사고차 수리내역은 뜻밖이었다. 수리비용 206만원과 수리기간 28일 동안의 피해차주 교통비 122만원(하루 4만3680원 계산 현금 지급)을 합쳐 총 328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통보했다. 단순 접촉 사고로 생각했는데 사고처리 총액이 300만원이 넘다보니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세부내역을 보면 청주 기아자동차서비스센터가 앞뒤 문짝을 교체하는데 197만원(기술료 121만원 + 부품 57만원)이 들었고 일반 카센터의 차창 커튼 작업에 10만원을 잡았다. 만약 피해차주가 일일 교통비로 받지 않고 렌터카를 이용했다면 총 청구액은 400만원을 훌쩍 넘기는 상황이었다.

단순접속 사고에 문짝 2개 교체

A씨는 Q보험사측에 문짝 2개 교체한 것은 과대수리이며 수리기간도 지연돼 간접 손해비용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자동차 보험업계에서는 승용차 문짝 2개 교체작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경우 4~5일 정도로 보고 있다. 하지만 청주 기아서비스센터는 접수된 지 28일만에 차를 출고시켰다. A씨가 확보한 청주 기아서비스센터 수리차량의 보험금 심사내역을 보면 간접손해 부문의 대차비용이 차 수리비용보다 훨씬 많았다. 올 1월 K7 수리내역을 보면 수리비는 117만원인데 비해 수리기간 24일 대차비용으로 328만원이 청구됐다. 지난해 12월 수리 출고한 또다른 K7의 경우에도 수리비 183만원에 수리기간 26일 대차비용이 377만원이었다. 역시 지난해 12월 수리출고한 올뉴카니발의 경우 226만원 수리비에 29일간 대차비용으로 340만원이 청구됐다.

취재결과 청주 기아자동차 서비스센터의 수리지연은 지역 보험업계에서 ‘공공의 적’으로 지목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S보험사 관계자는 “피해차량이 기아차라면 일단 긴장하고 신봉동 서비스센터에 맡기겠다고 하면 가슴이 철렁한다. 단순한 범퍼교체도 1주일이 걸리고 일반 정비업체에서 5일 이내에 끝낼 일을 그곳에 가면 20일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정을 아는 기아차 피해 운전자는 보상직원에게 “직영서비스센터 안갈테니 대신 뭐를 해달라”라는 식으로 요구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기아서비스센터는 판금도색 직원 수가 부족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보니 대기차량이 옥상 주차장까지 밀려있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18일 오후 신봉동 기아서비스센터를 방문한 결과 노상주차장은 물론 옥상 주차장도 거의 찬 상태였다.

이에대해 청주 기아서비스센터 관계자는 “인근 천안에서도 직영 서비스센터가 없다보니 청주까지 오는 경우가 있다. 직영 서비스를 받으려는 차주가 많다보니 인력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그래서 차량입고시에 수리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설명하고 협력업체쪽으로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수리기간을 염두에 두지않고 직영 서비스만 신뢰하는 소비자는 우리도 어쩔 수 없다. 렌터카 대여는 우리 센터와 아무 관련이 없다. 우리가 일부러 수리기간을 지연시킬 이유가 없고 소비자의 선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늦어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 등 대기업 자동차 직영 서비스센터는 주 5일 근무제에 따라 주말 수리작업을 하지 않고 있다. 또한 워라밸(Work Life Balance)을 위한 ‘주 52시간 근무제’로 평일 잔업 근무로 사라졌다. 따라서 직영서비스센터에서는 협력업체로 일을 분산시키려 하지만 소비자들이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에대해 지역 보험업계에서는 “말그대로 소비자 서비스를 우선한다면 인력을 더 보강해 처리능력을 높이는 게 맞다고 본다. 그래도 현대는 청주서비스센터 판금도색 인력이 20명은 넘고 협력업체도 3곳에 달한다. 하지만 기아서비스센터는 인력은 7~8명이고 협력업체도 1곳에 불과해 고질적인 수리지연이 반복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오너는 같은데 고객 서비스는 큰 차이를 보여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험사, 과잉수리 방조 관행 제동

지난해 10월 A씨 차량과 접촉사고가 난 그랜드 카니발 차량 상태.

단순 접촉사고에 328만원 청구받은 A씨가 강하게 반박하자 Q보험사측은 부품비 57만원은 감액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기아서비스센터에 앞문짝 교체는 과다청구에 해당돼 수리비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에대해 Q보험사 보상담당 직원은 “A씨가 수리비에 동의하지 않아 앞문짝 부품비는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기아서비스센터에 통보했다. 개인적으로 이런 수리비 분쟁은 처음이지만 A씨의 주장이 납득할 만 하다고 본다. 기아서비스센터측에서 과다청구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지 소송을 할 지 아직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A씨는 “보험사가 피해차량 상태를 보고 적절한 수리가 되도록 감독해야 하는데 다투기 귀찮다보니 의례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정부가 자동차 과잉수리에 대한 규제책을 내세워도 보험사의 정비업체 과잉수리 방조 관행은 여전한 것 같다. 더구나 대기업 자동차회사에서 인력과 시설확충은 하지않고 단순사고 차량을 장기간 수리지연시키는 것도 소비자를 업신여기는 횡포라고 생각한다. 보험을 이용해 단순한 차량수리 이외에 사적이익까지 노리는 일부 보험가입자들의 인식도 여기에 한몫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유한국당 김정훈 의원은 지난 2월 보험사가 과잉수리 관행을 방조하지 못하도록 의무화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기존에 명시되지 않았던 보험사의 적정 보험금 지급 의무를 명확히했다. 기존 보험업법 제127조3의 기초서류 기재사항 준수 의무에 ‘보험회사는 기초서류에서 정한 바에 따라 보험금액을 적정하게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을 신설했다. 김 의원은 “보험사가 정비업체 등의 과잉수리 등을 지적하고 가이드라인을 따르라고 지적하려 해도 법적 근거가 없어 어려움이 많았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보험금을 적정하게 지급하지 않은 보험사에 대한 제재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과 보험개발원은 지난 1월 차량안전에 지장이 없는 도어, 펜더, 엔진 품을 덮는 후드, 트렁크 리드 등 7개 외장부품에 대해 복원수리(판금·도색)만 인정토록 자동차보험 약관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경미한 사고 시 부품 교체 대신 판금·도색 등 복원수리만 인정해 자원낭비 및 보험료 인상요인을 막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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