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보다 의대, 교대 등 안정적인 직업군 따라 학과선택
자사고 보다 다양한 활동하는 영재고 학생 합격률 두각

충북인뉴스 DB /촬영 : 충청리뷰 육성준 기자

 

최근 5~6년간 충북지역 인문계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입학경향은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보다는 전공 또는 전문직이 보장되는 학교와 학과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에서 입시를 담당하는 교사들에 따르면 요즘 학생들은 무조건 SKY를 선택하기보다 자신의 적성 또는 의대, 교대 등 전문직이 보장되는 학과를 더 선호한다는 것. 

즉 과거처럼 서울대라고 해서 무조건 선호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관계자들은 이는 충북만의 현상이 아니라 안정적인 직업군을 찾는 전국적인 현상으로, 취업하기 어려운 우리나라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충북학생 성적, “정말 14위?”

 

지난 24일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전북 전주시 갑)은 ‘2019학년도 주요대학 고교 소재지별 입학현황’을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SKY입학생 비율을 비교한 결과 충북지역 서울대 입학생 수는 3301명 중 51명(1.5%)에 불과해 17개 시·도 가운데 14번째로 낮았다. 서울대 이외에 고려대와 연세대를 포함한 입학생 수도 제주(0.8%), 세종(0.9%) 다음으로 낮은 159명(1.5%)이었다.

김광수 의원은 22일 사회교육문화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서울지역 3학년 학생 수 비율은 전국의 17%를 차지하고 있지만 SKY 대학 입학생수 비율은 40%에 육박했다”며 “SKY를 가려면 초등학교 때부터 교육난민을 감수해야 하고 서울로 원정교육은 필수라는 말이 빈말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도세를 반영한 수치라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 수치만으로 충북 교육력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인구감소율, 입시정책의 변화, 사회적인 변수 등 다양한 원인을 고려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충북도와 충북연구원에서도 ‘충북형 미래 우수인재 육성방안’을 통해 충북의 저조한 입학실적을 강조한 바 있다.

지난 24일 청주 모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충북지역 고등학교 졸업생의 서울대 합격자는 2013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0년 100명, 2001년 105명에서 2013년 86명, 2014년 66명, 2015년 58명, 2016년 53명, 2017년 50명, 2018년 52명이 서울대에 합격했다.

하지만 서울대가 제공한 자료는 이와 달랐다.

충북지역 서울대 합격생은 2014년 58명, 2015년 61명, 2016년 59명, 2017년 59명, 2018년 59명, 2019년 58명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합격생 수와 실제 등록한 학생 수를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 합격을 했어도 '더 좋은 무언가'를 위해 등록하지 않은 학생이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학교간판보다 안정적인 직업이 더 좋아”

 

민주당 김광수 의원의 통계를 두고 충북 입시관계자들은 한마디로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자료라고 반박하고 있다.

2019년 충북지역 서울대 합격자 수는 58명이다.

하지만 실제 2019년 서울대에 등록한 학생은 51명으로 7명이 서울대를 포기하고 다른 진로를 선택했다. 12%이상의 학생이 서울대를 포기하고 ‘더 좋은 무언가를 선택’했다는 얘기다. 또 2018년도에는 59명이 합격했지만 실제 등록한 학생은 52명이었다.

한 관계자는 “최근 입시경향은 SKY보다는 안정적인 직업을 보장하는 전공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6교대 6의대라는 말이 있다. 전교에서 1등부터 5등까지 자연계 학생은 수시원서 6장 모두를 의대에 지원하고, 인문계 학생들은 모두 교대에 지원한다. 이런 경향은 전국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대에는 전교에서 6, 7, 8등하는 학생들이 주로 쓴다. 최상위권은 아니라는 얘기다. 충북학생 서울대 진학률이 떨어지는 것은 최상위 학생들이 서울대 이외에 다른 학교와 학과를 선택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서울대 진학률만 가지고 학력이 낮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이다.

실제 지난 22일 서울대가 공개한 ‘등록자 기준 2019년 신입학 선발결과’에 따르면 서울대에 합격했음에도 진학을 포기한 인원은 101명에 달한다.<표 1 참조>

 

사진 출처 : 한국대학신문

 

진학 전문가들은 서울대를 포기한 상당수 학생들이 다른 대학의 의대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전국대학신문은 3월 22일 보도에서 “최근 취업난과 전문직이라는 배경을 등에 업고 의대 인기는 나날이 높아지는 형국이다. 서울대 이상으로 선호도가 높다는 점에서 서울대를 포기하고 의대진학을 결정한 인원이 상당수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의대 뿐 아니라 치대, 한의대, 등 의학계열 전반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사안이다. 또 서울대 못지않은 카이스트, 포항공대 등 과기특성화대학, 경찰대학 등도 서울대를 버리고 갈 수 있는 곳”이라고 보도했다.

 

다양한 활동 보장받는 영재고 약진

 

최근 서울대 합격률을 보면 영재고 학생들의 진학률이 두드러진다.

‘김영준 국어논술전문학원’ 홈페이지 자료에 따르면 영재고 출신 학생의 서울대 합격률은 매년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표 2 참조>

 

 

영재고 학생들의 서울대 입학률을 보면 2016학년도에 206명(8.4%)이었던 것이 2017학년도에는 234명(9.6%), 2018학년도에는 252명(9.8%)으로 증가했다.

영재고는 전국에 7개교가 있다.

경기과학고, 광주과학고, 대구과학고, 대전과학고, 서울과학고,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한국과학영재학교 등으로 이들 학교는 영재교육진흥법에 의해 국가지원으로 설립됐다.

영재고는 초·중등교육법에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일반 고교 과정과 다르게 대학교처럼 학점이수제로 운영된다. 현재는 수학, 과학 분야에 특화되어 있으며 전국대상으로 학생을 모집하고 절대평가로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비교과 활동이 우수한 영재고 학생들이 학생부종합 전형으로만 선발하는 서울대 수시 모집에 유리하다는 것을 입증해 주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2019년 서울대에 27명을 합격시킨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는 눈길을 끈다.

2015년 개교한 세종 과학예술영재학교는 2019년 대입에서 서울대 27명, 카이스트 13명, 포항공대에 6명이 합격했다.

반면에 자율형사립고, 자율형공립고, 외국어고·과학고 등 특수목적고 출신 학생들은 2017학년도보다 감소했다.

‘김영준 국어논술전문학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 합격생 중 자율형사립고는 2017학년도 13.1%(318명)이었던 것이 2018년도에는 12.8%(328명)로 감소했고, 자율형공립고도 2017학년도에 3.4%(83명)이었던 것이 2018년 3.1%(81명)로 감소했다. 또 과학고도 2017학년도에 6.0%(147명)이었던 것이 2018년 5.7%(146명)으로 감소했고, 외국어고도 2017학년도에 9.0%(220명)이었던 것이 2018년 8.3%(213명)로 감소했다.

충북에서 진학을 담당하는 한 교사는 “영재고의 약진은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충북 학생들의 SKY합격률을 높이려면 자사고보다 차라리 영재고에 관심을 두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충북교육청은 수월성 교육에 입각해 영재고 설립에 찬성하고 있는 입장이다. 이미 지난 2012년 당시 이기용 충북교육감과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과학영재학교 설치 운영에 관한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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