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수 줄었지만 학교밖 청소년은 점점 늘어
국비, 지자체비 7대 3…시·군 1년 예산 1억여원
학교밖 청소년 1년 1인당 지원금 10만원 남짓

갈수록 충북지역 학교밖 청소년들이 늘고 있지만 이들을 지원하는 충북의 정책 및 예산은 ‘수준미달’인 것으로 드러났다.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학생 수는 매년 2.5%대 이상씩 감소율을 보이고 있지만 학교밖 청소년들은 오히려 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충북도의 지원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학교를 떠난 청소년은 2014년 1382명에서 2015년에는 1404명으로 늘었다가 2016년에는 1207명, 2017년에는 1312명, 2018년에는 1226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다소 감소추세인 것으로도 보이지만 학생 수가 매년 감소하는 것을 감안하면 학교밖 청소년은 꾸준히 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얼핏 계산해도 6000여명에 달하는 충북 청소년들이 오늘도 학교 밖에서 생활하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무엇 때문에 학교를 나왔는지, 지원은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두 번에 걸쳐 알아본다.

 

 

정확한 통계수치 없어…충북은 어림잡아 6000여명

 

일반적으로 학교밖 청소년이라는 용어는 정규교육 제도권 안에 있지 않은 9세에서 24세의 청소년을 말한다.

중도탈락자, 부적응청소년, 중퇴자로 표현되다가 2014년 학교 밖 청소년과 관련된 법률이 제정되면서 학교밖 청소년으로 불리게 됐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과거에는 학교를 그만두는 청소년을 ‘비행청소년’ 쯤으로 인식했다면 최근에는 많은 청소년들이 다양한 이유로 학교 밖을 나선다.

한국 청소년 상담복지개발원 학교 밖 청소년지원팀 고영수 팀장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공부하기 싫어서’ 학교를 그만두는 청소년은 전체의 23%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원하는 것을 배우려고(23.4%)’, ‘특기를 살리기 위해서(15.3%) 등 많은 청소년들이 다양한 이유로 학교를 그만둔다. 특별한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서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이 훨씬 많다는 얘기다.

물론 현재 학교밖 청소년에 대한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는 상황이다.

충북도에 따르면 충북의 학교밖 청소년은 6000여명으로 추정된다. 이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학교를 그만둔 학생들의 누적숫자다.

한 관계자는 “학교밖 청소년 통계는 정확하지 않다. 충북에서 학교를 다니다 그만뒀다 하더라도 이후에 서울이나 대전권으로 이동하는 청소년들이 꽤 많다. 그 청소년들은 충북의 학교밖 청소년으로 규정하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현재 전국의 학교밖 청소년은 모두 35만~39만명, 충북은 6000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꿈드림 통해 상담, 교육, 체험 이뤄져

 

그렇다면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들은 과연 어디에서, 누구의 도움을 받고 사회인으로 성장하게 될까?

학교밖 청소년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전국에 213곳이 있고 충북에도 모든 시군을 포함, 13개의 꿈드림이 있다.

이곳에서는 학교밖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상담부터 교육, 직업체험과 취업지원, 자립지원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개인상담과 학업중단숙려제 상담을 수시로 받을 수 있고 검정고시 대비반을 비롯해 대학입시 지원 및 대학입시 설명회, 의무교육단계 학습지원사업 등 교육지원도 받을 수 있다.

체육대회(상반기)와 예술제(하반기)를 통해 문화활동도 경험한다.

이외에도 꿈드림에서는 직업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운영, 청소년들은 기초기술 훈련과 인턴십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충북도교육청 지원으로 13개 꿈드림에서는 지난해 8월부터 ‘동행카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동행카드 사업이란 ‘학업중단학생 맞춤형 지원사업’으로 학교밖 청소년들에게 월 1회 10만원이 들어간 교통카드 형태의 전국 호환형 충전식 선불카드를 제공하는 것이다. 1년에 총 5회까지 10만원씩 충전받을 수 있고 기초생활수급자는 1년에 10회까지 가능하다.

일부 교육지원청에서는 학교밖 청소년들을 위한 행복교육지구사업도 운영하고 있다.

충북지역 학교밖 청소년 중 꿈드림을 단 한번이라도 이용한 청소년은 2018년 기준 1600여명이다.

 

할 일 많지만 너무 가난한 꿈드림

 

문제는 여전히 학교밖 청소년들을 위한 지원정책과 환경이 지극히 열악하다는 점이다.

충북도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시·군이 2~3명의 직원으로 꿈드림을 운영하고 있었으며 각 기관에서는 1년에 2000만원 남짓한 예산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군별 차이는 있지만 꿈드림 1년 예산은 국비(여성가족부)와 도비·지자체 예산 7대 3 비율로 1억원 가량이다. 1억원으로 직원 인건비, 사무실 관리비, 사업비 등 모든 운영을 충당하고 있는 것. 예산의 80%가 운영비라는 얘기다.

한 관계자는 “정확하진 않지만 청소년 한명이 꿈드림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금액은 1년에 약 10만 원 정도”라고 말했다.

공교육 제도권 안에 있는 학생 1인당 1년 교육비가 700만원이라는 통계와 비교하면 10만원이라는 금액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한편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의 한 관계자는 “꿈드림 지원은 학생 수 대비 전국적으로 동일한 기준 하에서 지원하고 있다”며 “충북은 다른 시·도에 비해 그리 적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꿈드림 직원들의 처우 또한 열악한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꿈드림 직원들 사이에서는 3년 이상 근무한 사람을 신기하다고 볼 정도”라며 “처우가 열악하다고 알려진 사회복지사보다 더 안 좋다. 직원 2~3명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고 당연히 청소년들에게 소홀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각 지역의 꿈드림에서는 공모사업을 통해 청소년들을 위한 사업비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올 청주시 꿈드림의 경우 진로직업체험 프로그램비는 공모를 통해 사업비를 마련했다.

현재 충북지역 꿈드림은 옥천군과 단양군을 제외하고 대다수가 위탁운영되고 있다.

위탁운영은 시·군에서 직접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또 직원을 공무원으로 대우해 줘야 하는 부담감 등이 그 이유로 꼽힌다.

 

청주시 상담복지센터 꿈드림 홈페이지 캡쳐

 

시·군 꿈드림 직영은 대안될 수 있어

 

현재 충북에서는 옥천군과 단양군만이 군 직영으로 꿈드림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옥천군 꿈드림은 2018년부터 군 직영으로 운영, 군의 청소년 관련 사업과 연계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지자체 직영 운영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가장 큰 것은 군에서 진행하는 청소년 사업과 연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공교육을 받고 있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에 학교밖 청소년도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산절약도 큰 장점이다. 위탁운영을 하면 총 사업비에서 사무실 운영비 등을 지출해야 한다. 하지만 군이나 시에서 꿈드림을 직영으로 운영하면 사무실 운영비를 지출하지 않아도 된다. 이 돈을 모두 학교밖 청소년 사업비로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공무원 신분으로 안정적인 환경에서 꿈드림 직원들이 일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직원 신분이 공무원으로 전환되면 지금보다 훨씬 안정적인 환경에서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직영이냐 위탁이냐를 떠나 청소년들은 꿈드림의 가장 큰 문제는 공간부족이라고 꼽고 있다.

실제 13개 충북지역 꿈드림 중 청소년들이 편안히 쉴 수 있고 모임을 할 수 있는 청소년 전용공간을 확보하고 있는 곳은 충북도, 청주시, 옥천군 등 일부를 제외하곤 전무한 실정이다. 대부분이 직원 사무실과 겸용해서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꿈드림을 4년 째 이용하고 있고 A양은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마음 편하게 언제든지 올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무실 한 귀퉁이에 사무용 책상 두서너 개 놓은 것이 전부인 곳도 있다고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한편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A씨는 “충북도나 도교육청은 모두 공부 잘하는 학생들에게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수천명에 달하는 학교밖 청소년들에겐 관심조차 없다. 학교밖 청소년들이 공교육이 아니더라도 지역에서 대안학교에 다니며 올바른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