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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반대하니 "칼로 찔러 죽이겠다"

기사승인 2019.05.14  15:2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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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발이 싫은 사람들 ②] 청주시 수곡동-복대동

재개발은 모두가 반기는 일이 아닙니다. 지역 부동산 경제 전망은 어둡기만 합니다. 특히 청주시는 2018년 6월 미분양 물량이 전체 18.6%(3,072)에 이르기까지 했습니다. 아파트 미분양으로 인한 손해는 건설사보다 재개발 조합원들에게 더욱 무겁게 다가갑니다. 게다가 비민주적인 재개발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개발이 싫은 사람’들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 편집자 주 

"목사님, 저 갈 곳이 없어요. 어떡해요?"

신도 한 사람이 목사의 손을 붙잡았다. 동네가 재개발되면 갈 곳이 없단다. 나이가 들어 허리가 굽어진 부모와 정신장애를 가진 아이와 함께 사는 이 남자, 누구보다 절박해 보였다. 목사는 재개발 추진 위원회(이하 추진위) 사람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파트 단지가 만들어지면 가장 가까운 상가 2층에 교회가 들어갈 수 있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낙엽 같은 그의 손을 잡으면서 마음이 흔들렸다. 

작은 동네 개척교회 목사 A씨의 외로운 싸움이 시작됐다. 신도들, 그리고 동네 주민들 대부분이 노인들이었다. 재개발이 우리에게 이로운 건지, 해로운 건지 누구도 몰랐다. A씨는 답답한 마음에 서류 가방 하나 들고서 서울로 떠났다. 왕십리, 미아리, 서대문… 서울의 재개발 지역으로 가보면 해답을 찾을 것만 같았다. 

A씨가 보고 들은 ‘재개발’은 무서운 일이었다. 건설사는 아무 이유 없이 아파트를 지어주지 않았다. 도정법상 사업시행자는 재개발 추진 조합이 맡게 되고, 정비사업비를 부담한다. 공사가 끝날 때까지, 분양이 끝날 때까지 발생하는 이자와 비용 모두 주민들이 감당하는 것이다. 아파트 분양이 어려운 사람들은 어떻게든 재개발을 막고 싶어 했다. 

"내 집 주고도 1억, 2억 되는 돈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거예요. 결국 우리가 돈이 없으면 그냥 쫓겨나는 거였죠. 보상법을 들여다보니 땅을 공시지가 1.3배수로 계산해서 주는데 그걸로 어딜 갑니까. 게다가 미분양으로 인한 손해도 조합원이 다 가져가는 구조였어요."

 

A씨는 "저 혼자 힘으로 해낸 일이 아니었다"며 "힘겨운 싸움을 함께 해준 주민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 김다솜 기자

 

재개발을 무산시키다 

A씨가 재개발 반대를 위해 주민 생존권 대책 위원회를 꾸리고 나서부터 잠 못 드는 밤이 계속됐다. 하루는 전화 벨소리에 눈을 떴다. 031로 시작되는 번호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남자가 거칠게 말했다. 

"니 와 재개발 반대 하노. 칼로 찔러 뿐다."

남자는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설만 내뱉었다. 숨이 막혔다. 현관문으로 달려가 문이 잠겨 있는지 확인했다. 그 이후로 밤이 두려워졌다. 어쩌면 누군가 교회에 불을 지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과 두려움, 공포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기도로 마음을 붙잡았다. 

그래도 희망은 있었으니 조금만 더 해보자는 심산이었다. 재개발 지역 토지 소유자 50%의 동의를 받으면 추진위를 해산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1,263세대를 하나씩, 하나씩 찾아가면서 설득했다. 그 결과 57%의 반대 동의를 받아냈다. 그렇게 재개발이 수곡동을 떠났다. 

수곡동이 재개발 구역에서 해제된 후 청주시는 도시 정비 사업을 통해 오래된 동네를 다시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었다. A씨의 교회는 여전히 수곡동에 자리하고 있다. ⓒ 김다솜 기자

 

"설마 재개발하겠나"

21년 전 부부는 청주시 복대동으로 들어왔다. 인테리어 시공 업체를 운영하는 남편 B씨(69)가 100평짜리 부지를 사서 건물을 지었다. 단층이지만 아내 C씨(64)가 운영하는 미용실과 인테리어 가게가 나란히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미용실’, ‘△△인테리어’ 

첫째 딸의 이름을 따서 상호명을 똑같이 지었다. 연년생 딸 둘과 그보다 대여섯 살 어린 아들 하나 그리고 부부까지 다섯 식구는 큰 사건 사고 없이 지냈다. 

 

B씨가 복대동에 들어왔을 때 나이는 30대였다. 지금은 세월이 흘러 부부가 60대 중년이 되었다. ⓒ 김다솜 기자

 

“여보, 50평 땅 가진 사람이 24평짜리 아파트로 들어간다고 하면 공짜로 지어준 데. 헌 집 주고, 새집 받는 거야!” 

C씨가 남편을 붙잡고 말했다. 남편은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아파트가 억대인데 주택이랑 왜 바꿔줘. 말이 되는 소리를 해.”

B씨 입장에서는 헌 집 주고 새집 받는다는 얘기를 이해할 수 없었다. 부부가 직접 지었고, 아이들을 키워 낸 집을 넘기기엔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처음에는 재개발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던데 일단은 두고 보자는 심산이었다. 그러던 사이 재개발 추진 위원회(이하 추진위)가 설립되고, 조합도 생겨났다. 조합장이 네 번이나 바뀌었다. 그때까지도 설마 재개발이 되겠나 싶었다. 

 

B씨가 운영하는 미용실 앞에는 재개발 반대 플래카드가 걸려져 있다. 동네 사랑방이던 B씨의 미용실은 재개발 반대 주민들의 전초기지로 쓰였다. ⓒ 김다솜 기자

 

현금 청산자가 될 수 있었던 방법

2017년 2월, 재개발 추진 위원회(이하 추진위)에서 평수 신청서를 받았다. 추진위에서는 단순 설문조사라고 설명했다. 100평을 가지고 있으면 몇 평을 받을까. 추진위에서는 주민들의 의견을 받아 아파트 평수를 구성할 거라 말했다. 34평을 원하는 사람이 25%면 그만큼 짓겠다는 얘기다. 

아이들은 다 커서 집을 떠났고 단 둘이서 살기엔 큰 집은 필요 없으니 34평을 적어냈다. 6개월이 지나고 감정 평가가 나왔다. 부부는 입이 벌어졌다. 100평을 내도 34평 짜리 아파트에 들어갈 수 없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분양가가 너무 비싸서.

평소 부부와 친하게 지내던 D씨(69)는 미칠 지경이었다. 200평이 넘는 부지에 사는데 이걸 줘도 34평은 못 들어간다는 결과가 나왔다. 평당 157만 원. 조합원 대상으로 책정한 분양가는 평당 840만 원이었다. 감정 평가서를 받아 든 D씨의 입에서 욕이 저절로 튀어 나왔다.

“조합장 XX, 도둑X XX!”

비슷한 방식으로 속은 사람들은 시청 앞으로 몰려갔다. 그해 9월 총회부터 두 달 동안 돌아가면서 사람들이 집회를 열었다. 설문조사에 그치는 줄 알고 참여했던 평수 신청서가 재개발 찬성의 근거로 쓰였다. 이 가격에 집을 팔수밖에 없다는 현실보다 아무것도 모른 채 속았다는 억울함이 더 컸다. 

 

복대동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 김다솜 기자

C씨와 D씨는 청주시청 도시재생과를 찾아가 조합원 명단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시 공무원들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며 보름은 기다리라고 말했다. 우리 이름이 쓰여 있는지만 보겠다고 사정해 겨우 서류를 받아봤다. 선명하게 적힌 이름 세 글자, C씨와 D씨는 조합원 명단을 없애 달라고 공무원과 실랑이를 벌였다. 

“지금 도시재생과에서 싸우고 난리가 났어!”

이웃 주민의 전화를 받은 남편 B씨는 화가 솟구쳤다. 너희도 더러운 꼴 한 번 보라는 심산으로 반찬 통에 오물을 담았다. B씨는 택시를 타고 청주시청으로 향했다. 도시재생과 사무실에서는 아내가 두꺼운 서류 뭉치를 놓고 공무원에게 매달리고 있었다. 

B씨가 반찬 통 안으로 손을 넣어 오물을 한 움큼 쥐자 서류 뭉치 주변에 붙어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흩어졌다.  사무실 벽 쪽으로, 책상 옆으로 모두 비켜섰다. 언제 B씨가 오물을 투척할지 모를 일이었다. B씨는 조합원 명단 서류에 오물을 발라 버렸다. 

“제일 무서운 게 주먹보다 똥이에요. 내가 그렇게 해서 54명의 사람들을 현금 청산자로 만들었어요. 시청에서 업무 방해로 고소했잖아. 그래서 지금도 벌 받고 있어요.”

 

재개발을 앞두고 사람이 빠져나간 복대동에는 쓸쓸함이 맴돈다. ⓒ 김다솜 기자

 

B씨에게 일곱 가지 죄목이 붙었다. 업무 방해, 관공서 난동, 기물파손 등등. 모두 재개발 반대를 주장하다 붙여진 죄목들이었다. 그 덕분인지 두 달 뒤에 재개발 조합에서 연락이 왔다. 현금 청산자로 바꿔 주겠다고. 

100% 이긴 싸움은 아니었지만 불행 중 다행이었다. 재개발 과정에서 현금 청산자가 되면 아파트를 분양받지 않는 대신 법원에서 토지 시세를 감정받아 평수만큼 현금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사실상 현금 청산자가 되거나 과반수 동의를 받아 재개발·재건축을 무효화 시키는 것 외에는 반대 주민의 재산을 지킬 방안이 없다. 자산이 부족하고 집 한 채가 전부인 사람들에게 재개발 이후의 삶은 두 가지로 나뉜다.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보금자리에서 쫓겨나거나 높게 책정된 분양비를 빚을 내서 감당하고 빚쟁이 신분으로 아파트에 들어가거나. 

김다솜 기자 allcotton100@gmail.com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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