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10대 엄마보다 홀로된 30~40대가 대다수
최저임금 월 174만원만 받아도 지원에서 탈락
지자체 나서서 미혼모 자립 돕는 지원책 내놔야

충북인구는 이미 초저출산시대를 맞았다.

물론 저출산 문제는 충북뿐 아니라 지역을 넘어 전국적인 현상이다. 각 지자체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해결될 기미는 보이고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엄마 또는 아빠 혼자 아이를 낳아 기르는 미혼모·부를 바라보는 시선은 예나 지금이나 싸늘하기만 하다. 어린 엄마가 홀로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아 유기했다는 뉴스는 안타까움을 넘어 참담함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그뿐이다. 저출산을 우려하고 그만큼 출산을 장려하면서도 홀로 아이를 기르는 미혼모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중앙정부 뿐 아니라 충북의 미혼모 지원정책도 빈약하기 짝이 없다.

충북 미혼모들의 현황과 지원정책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그녀의 또다른 이름, ‘미혼모’

 

서○○씨(44).

40대 중반 나이지만 그녀의 또다른 이름은 미혼모다.

그녀는 지난해 1월 아이를 출산했다. 전 남편과의 괴로웠던 결혼생활을 정리한 후 새롭게 만난 중국인 남성 사이에서 아이를 임신했지만 산부인과에 함께 갈 사람도, 아이와 함께 몸을 누울 방 한 칸 없는 형편이었다. 중국인 남성이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한국에서 추방당했고 결혼을 한 남동생이 있었지만 누나로써 마냥 의지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었다.

지적장애 3급인 그녀는 그야말로 혈혈단신 외톨이가 된 것이다. 급기야 아이를 입양보낼 생각을 했고 직접 주민센터를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주민센터에서는 대전시에 있는 자모원(미혼모 시설)이라는 시설을 소개시켜줬다. 충북에는 미혼모가 머무를 수 있는 시설이 없어 대전까지 가야한다고 주민센터 직원은 말했다. 충북에서 40여년을 산 그녀는 약간의 두려움을 느꼈지만 이것저것 따질 처지가 아니었다.

대전시 자모원 관계자 도움으로 아이를 무사히 출산했고 1년 여간 그곳에서 아이와 함께 생활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이와 함께 지내다보니 입양은 또 다른 고통이었다. 엄마의 마음을 알기나 하듯 아이는 유난히 순했고, 잘 자랐으며, 무엇보다 너무 예뻤다. 입양을 시키겠다는 마음은 어느 순간 눈 녹듯 사라졌다.

그녀는 현재 청주시에 있는 한부모보호시설, ‘사단법인 복지실천여성협의회 청주해오름마을’에서 생활하고 있다. 입양보다 미혼모·한부모의 길을 택했고 어렵고 힘들겠지만 해오름에서 아이와 함께하는 앞날을 준비하고 있다.

 

'사단법인 복지실천여성협의회 청주해오름마을’ 전경

 

서○○씨는 인터뷰 내내 눈물을 흘렸다. 지나온 시절의 회한, 상처, 아픔, 앞으로의 희망이 그 눈물에 담겨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한 시간 넘게 말한 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이렇게 말한다.

“미혼모도 엄마예요. 아이를 정말 잘 키우고 싶어요.”

 

10대보다 30~40대 월등히 많아

 

미혼모는 결혼을 하지 않은 몸으로 아이를 낳은 여자를 말한다. 넓게는 한부모가족에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미혼모라 하면 10대 후반 또는 20대 초반의 여성을 떠올리지만 실제 통계청의 ‘2017년 시·도별 미혼모 미혼부 통계’에 따르면 미혼모들의 대다수는 30~40대다.

2017년 기준 전국의 미혼모는 2만 2065명으로 이중 30~40대는 70%에 육박한다. 50대 이상도 20대보다 많다.<표 1 참조>

 

 

충북의 미혼모는 2017년 기준 678명으로 30~40대가 65%이상이다.

(재)청주교구천주교회유지재단 새생명지원센터(이하 새생명지원센터) 한 관계자는 “미혼모들의 대다수는 교제중인 또는 동거중인 남성이 여성의 임신사실을 알고 연락을 두절하거나 떠나버린 경우다. 미혼모는 몸을 함부로 하거나 무책임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라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아이를 낳고 잘 기르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여성들”이라며 “미혼모를 바라보는 선입견과 편견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충북에선 새생명지원센터가 유일한 지원기관

 

그렇다면 과연 충북 미혼모들은 누구의 지원을 받고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

현재 충북에서 미혼모를 지원하는 기관은 새생명지원센터가 유일하고 그밖에 지원(금)은 전무한 상태다.

2016년까지 자모원한생명문화원에서 미혼모들의 일시보호시설 ‘자모원’을 운영했었지만 입소자 급감으로 폐원됐다. 한 관계자는 “요즘 미혼모들은 과거와는 달리 단체생활을 극히 꺼려하고 자모원 위치도 외진 곳에 있다 보니 입소자가 점점 줄었다”고 말했다.

현재는 재단법인 예수의꽃동네유지재단에서 미혼모 보호시설인 ‘주교 파야고보 센터’ 완공을 준비 중에 있다.

 

재단법인 예수의꽃동네유지재단에서는 내년 말경 미혼모 보호시설 ‘주교 파야고보센터’를 완공할 계획이다.<사진 음성타임즈>

 

청주시에서 지원하는 ‘사단법인 복지실천여성협의회 청주해오름마을’과 ‘사단법인 청주YWCA 상록수’는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른 모자복지시설로 입소자들이 3년가량 무상으로 생활할 수 있다. 임신을 했지만 출산을 하지 않은 미혼모는 이용할 수 없고 아이를 낳고 출생신고를 한 이후에 가능하다.

미혼모 상담 및 지원기관인 새생명지원센터에서는 발견된 미혼모들을 지역기관과 연계하고 미혼모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역사회 네트워크구축 △인식개선을 위한 캠페인 실시 △자립지원교육 및 프로그램 지원 △양육미혼모 어머니학교 운영 △후원 등이 주요사업이다.

특히 새생명지원센터는 권역별 미혼모·부 거점기관으로 미혼모의 임신초기부터 상담과 자녀출산과 양육시 응급지원서비스, 교육문화프로그램, 가구당 연간 70만원(출생~36개월)을 지원한다. 또 자녀가 37개월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 가정에는 연간 40만원을 지원한다.

한 관계자는 “연 70만원을 월로 따지면 한달에 5만8000원에 불과하다.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극히 적은 금액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운영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지자체에서 나서서 도와주면 정말 좋겠다”고 말했다.

 

지원기준 대폭 늘려야

 

미혼모만을 위한 지원은 없지만 미혼모를 포함한 한부모가족의 지원은 기준중위소득에 따라 지원된다.

한부모가족일 경우 기준중위소득 52%이하는 양육수당 월 20만원과 학용품비 등을 받을 수 있다. 또 청소년한부모일 경우에는 기준중위소득 60% 이하일 경우 월 35만을 받는다.

문제는 기준중위소득 퍼센트다.

기준중위소득 52%는 2인일경우 151만1395원이고, 3인은 195만5217원이다. 최저임금 174만 5150원의 소득만 있어도 실제로는 월 20만원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표 2참조>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만 받아도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최저임금으로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겠나. 나라에서는 매년 복지금액을 늘렸다고는 하지만 실제 혼자 아이를 기르는 미혼모 입장에서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기준중위소득 기준을 80%까지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미혼모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시설도 반드시 있어야겠지만 실질적인 지원정책도 변화해야 한다. 예전에는 당장 먹고 잘 곳이 없는 미혼모들을 위한 시설이 중요했지만 요즘에는 미혼모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실질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더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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