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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60주년 되돌아 본 충북의 친일역사

기사승인 2005.09.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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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인사 명단, 도내 유력인사 20여명 포함
을사오적 권중현·이근택, 중추원 참의 민영은·이명구 부귀 누려

지난 8월 29일 경술 국치일을 맞아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가 해방 이래 최초로 3095명의 친일인사 명단을 공식 발표했다. 선정기준은 매국, 중추원, 관료, 경찰, 판검사, 종교, 언론, 문화예술 등 13개 분야이며 ‘을사늑약’ 전후에서 1945년 8월15일 해방까지 일제의 국권침탈, 식민통치, 침략전쟁 협력, 우리 민족 또는 타 민족에게 직·간접적 피해를 끼친 자를 수록대상으로 모두 3095명이 이에 포함됐다.

명단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김성수 전 동아일보 사장, 방응모 전 조선일보 사장, 김활란씨를 비롯한 정·제계, 문화, 언론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포함됐다. 친일인사 명단 가운데 확인된 충북 출신 인사는 10여명이다. 여기에 충북에서 재직한 일제하 고위관료 등을 포함하면 30명을 넘어선다. 하지만 경찰, 군장교 출신 등 최초로 공개된 친일 명단 가운데 충북 출신자가 상당수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충북 출신으로 대표적인 인물은 구한말 마지막 청주목사를 지낸 민영은과 청석학원 설립자인 김원근옹을 꼽을 수 있다. 민비의 족친인 민영은은 도지사 자문기관인 도참사를 지냈고 도평의원으로 활동했다. 30년 개정된 지방제도에 의해 민영은, 김원근은 관선 충북도회의원으로 임명됐고 중일전쟁 이후 ‘황군의 사기를 고무 격려하고…, 총후(銃後)의 임무를 완성함’을 목적으로 조직된 친일단체 조선군사후원연맹의 지부인 충북군사후원연맹에서 민영은이 부회장, 김원근이 상담역을 맡기도 했다. 또한 민영은은 3·1운동 당시 청주의 친일인사들을 중심으로 만세운동을 자제하자는 의미에서 청주 ‘자제회’를 조직, 주민들의 움직임을 막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두 사람은 지난 37년 군용기 헌납운동을 벌여 지역 유지 32명으로부터 6만500원을 모아 ‘충북호’를 헌납하기도 했다. 당시 민영은은 1만원을 김원근은 5천원을 헌납한 것으로 기록됐다. 이밖에 국방헌금 20만5740만원을 모았고 당시 쌀 1가마 값이 18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물적지원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민영은은 주성초교, 석교초교, 청주여중 토지를 희사했고, 김원근 옹은 청석학원을 설립하는등 지역의 육영 교육사업에 상당한 공적을 인정받고 있다.

중추원에서 해방후 도지사된 이명구
이밖에 경성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청주에서 신명의원을 개업한 청원 출신 이명구도 친일인사로 포함됐다. 일제당시 지역유지로 활동하며 38세에 중추원 참의에 임명될 정도로 일제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방후 충북 건국준비위원장을 맡았고 50년에는 충북도 3대 지사로 취임해 말년까지 부와 명예를 누렸다. 하지만 생전의 자서전에는 친일행적에 대한 일체의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악질적인 친일행위자로 분류되는 을사오적 가운데 2명이 충북 출신자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영동 출신의 권중현은 1891년 주일공사로 동경에 재임하면서 일본 정계와 밀접한 교분을 맺는다. 1910년 중추원 창설과 함께 고문으로 임명됐고 한일합방 당시 친일공적으로 작위를 받기도 했다.

그는 조선말기에는 국가개혁을 위해 모인 개화파로 나서고, 대한제국 시절에는 고종이 황제에 올라야 한다고 상소한 주창자이며 농상공부 대신으로 있을 때는 을사조약 체결에 도장을 찍어 현란한 처세술을 드러냈다. 을사오적으로 규탄받은 권중현은 을사오적 암살단에게 저격을 당했으나 죽음을 면하기도 했다.

충주 출신 이근택은 1882년 명성황후가 난을 피해 충주에 숨었을 때 극진한 뒷바라지로 명성황후의 마음을 움직인 뒤 이듬해 환궁하자 남행선전관으로 임명됐다. 이후 병조참판, 좌부승지, 군부대신, 법부대신 등 중요한 직책을 두루 역임했다. 일본으로부터 30만원이라는 거금의 기밀비를 받고 궁중과 부중의 모든 기밀사항을 빼돌리는 역할도 서슴없이 행했으며 을사조약 조인에 협조한 공을 인정받아 일본정부로부터 훈1등을 얻고 태극장을 받았다. 일제로부터 자작 작위를 받았고 중추원의장, 중추원고문으로 일생을 마쳤다.

정춘수 목사 흉상제막으로 논란 재개돼
종교계에서는 지난 96년 청주 우암산 3·1공원의 동상이 강제철거되는 수모를 겪은 감리교 정춘수 목사가 포함됐다. 청원 출신인 정목사는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으로 이름이 올랐으나 정작 독립선언의 역사적인 장소인 ‘태화관’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일제에 자수한 정춘수는 1년 6월형을 받기도 했으나 전향성명서를 발표하고 풀려나 일제의 비호아래 조선감리교 제4대 감독으로 피선된다. 이후 본격적인 친일의 길로 들어서 황군을 위한 특별기도, 애국헌금 활동을 벌여 철문과 철책은 물론 교회종까지 헌납하여 성전(聖戰) 완수에 협력할 것을 독려하기도 했다. 그는 적극적인 친일행각으로 인해 해방직후 반민특위에 체포돼 60일간 구속수사를 받았고 정부가 독립유공자에게 내리는 각종 서훈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청원군 좋은감리교회가 “친일행위도 했으나 공적도 기억해야 한다”며 정 목사를 포함한 감리교 목사 3명의 흉상 제막식을 강행했다. 이에대해 민족문제연구소 충북지부등 시민사회단체는 “기독교대한감리회에서도 광복 60주년을 맞아 정춘수 등 친일 목사들에 대해 역사적인 반성과 영적각성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또한 청주시민들에 의해 3· 1 공원의 동상이 공개적으로 철거된 마당에 뒤늦게 흉상을 세워 추모하자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자진 철거를 요청했다. 지역 여론이 악화되자 교회측은 정 목사의 흉상을 제3의 장소로 옮겨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진·이무영 대표적 친일작가 지목
예술계에서는 만년을 청원 ‘운보의 집’에서 보낸 김기창 화백이 포함됐다. 청원 출신의 팔봉 김기진도 친일 작품활동을 펼친 이력 때문에 친일인사로 선정됐다. 23년 매일신보 기자활동을 하며 시, 소설, 비평 등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고 38년 친일단체 ‘시국대응전선사상보국연맹’의 결성 준비위원으로 참가하면서 본격적으로 친일 대열에 가담하게 된다. 또한 ‘조선문인보국회’라는 친일단체의 평의원으로 순회강연과 저술을 통해 일제에 아부하는 선봉장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해방후 경향신문 주필, 한국펜클럽·한국문인협회 고문을 역임하고 문화훈장을 받기도 했다.

농민문학의 대표작가로 알려진 음성군이 해마다 무영문학제를 열고 있는 소설가 이무영도 친일인사로 분류됐다. 이무영은 39년 이후 ‘귀농문학’으로 불리는 본격적인 농촌소설을 쓰게 된다. 대표작으로 손꼽는 ‘흙의 노예’ 등 농민소설은 일제의 수탈이라는 본질을 은폐하고 일본을 ‘우리 국갗로 칭하면서 숭일문학의 경향을 나타냈다. 소설 ‘청기와집’은 조선인이 쓴 최초의 일문 장편소설로 일제로부터 제4회 조선예술상을 수여받기도 했다. 결국 이무영은 민족사적 관점에서 농촌과 농민들의 삶을 팔아 일제를 찬양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방후 이무영은 동아일보 기자, 서울대 강사, 단국대 교수를 역임했다.

역시 음성출신인 김용제는 일본 유학파로 일본 프롤레타리아 작가동맹(NAPF)에서 활동했다. 아시아의 새로운 질서를 노래한 ‘아세아시집’으로 제1회 국어(일본어)문예 총독상을 수상하는 한편 신무 천황의 일본 통일을 예찬한 서사시 ‘어동정’을 짓고, 전선을 시찰하고 ‘보도시첩’을 내놓을 정도였다. 34년 조선예술좌사건에 연루돼 한국의 추방된 김용제는 서울에서도 친일조직인 동아연맹에 가담해 친일문학가의 길을 걸었다. 그의 친일행적은 제천 세명대 권승긍 교수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졌다.

권혁상 기자 jakal40@hanmail.net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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