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청주시, 도장골 사방댐 공사로 청주형무소 희생지 훼손
청주시, “희생지 훼손에 깊은 유감…유족마음 치유위해 노력할 것”
유족회, “부족하지만 그나마 다행…해결할 것 아직 남아있어”
충북도, “사방댐 공사 희생지와 직접적인 상관 없다” 주장

 

2019년 충북도와 청주시가 진행한 청주시 낭성면 도장골 사방댐 공사 및 벌채공사로 청주형무소 사건 희생지가 훼손된 것에 대해 청주시가 8일 청주형무소평화유족회(이하 유족회)에 공식 사과했다. 유족회가 충북도와 청주시에 사과와 분묘복구, 위령비 설치, 명예회복 등을 요구한지 2년 4개월 만이다.

청주시는 이날 보도 자료를 통해 “2019년 충청북도의 사방댐 공사와 청주시 허가로 벌채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희생지를 훼손하는 일이 발생했다. 유해발굴에 대비해 유해매장 추정지를 적극 보존했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고 희생지가 훼손된 것에 대해 유족들께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앞으로 유해발굴과 위령사업 등 유족들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치유될 수 있도록 적극 협의하고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충북도는 현재까지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고 있지 않다.

 

 

청주형무소 사건 희생지 훼손부터 사과까지

낭성면 도장골은 1950년 7월 8일부터 7월 9일 사이에 청주형무소에 수감되어 있던 재소자 및 보도연맹원 170여여 명이 집단 학살된 곳이다. 희생된 이들 중에는 홍가륵 선생 등 다수의 독립운동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실화해위원회에서는 2018년 도장골에 유해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 보존을 위해 안내표지판을 설치했었다.

그러나 낭성면 도장골에 있던 봉분 3개를 비롯해 유해지가 훼손되는 일이 발생했다. 발단은 충북도의 사방댐 공사였다. 2017년 폭우로 인해 도장골에 수해가 발생했고 도장골 인근 주민들은 충북도에 사방댐 공사를 요청했다. 충북도 산림환경연구소는 2019년 사방댐 건설공사를 진행했고 청주시는 벌목을 원하는 땅주인의 요구를 받아들여, 청주산림조합이 벌목하도록 허가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공사 담당자들은 도장골이 청주형무소 사건 희생지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봉분과 유해가 훼손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유족회는 충북도와 청주시에 사과를 요구했고, 법원에 공사중지 가처분신청과 이시종 도지사 및 한범덕 시장을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모두 각하·기각처리됐고 공사중지 가처분신청은 패소했다. 더욱이 유족회는 소송비용까지 지불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당시 유족회 신경득 고문은 “70년 전에 국가에 의해 무참히 희생당한 독립운동가와 민간인들은 다시 한번 국가로부터, 또 법으로부터 외면당했다.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의 유해를 파헤쳐놓고 아무런 잘못이 없다니, 더욱이 소송비용까지 유가족들보고 지불하라니 정말 어처구니없는 현실에 직면했다”고 분노했다.

 

청주형무소평화유족회의 지난해 기자회견 모습.
청주형무소평화유족회의 지난해 기자회견 모습.

 

이후 유족회는 진실화해위원회에 진상규명을 요청하기에 이르렀고 지난달 21일에는 박완희 청주시의원이 5분 발언을 통해 “청주시 등은 도장골 민간인 희생자 유족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관련 조례에 따라 억울하게 돌아가신 도장골 희생자들의 원혼을 달래기 위한 위령 사업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과 박완희 청주시의원이 청주유족회·청주시의 협의를 중재, 청주시는 유족회 측에 사과하기로 결정했다.

 

박완희 청주시의원이 지난달 21일 열린 제64회 시의회 1차 정례회에서 5분발언을 하고 있다.(청주시의회)
박완희 청주시의원이 지난달 21일 열린 제64회 시의회 1차 정례회에서 5분발언을 하고 있다.(청주시의회)

 

충북도, “사방댐 건설과 희생지 훼손은 무관”

유족회, “특별법 제정 통해 위령시설 설립 법제화해야”

유족회 측은 청주시의 공식 사과는 많이 아쉽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청주시가 이제라도 공식적으로 사과를 한 것은 반기지만 여전히 유해발굴과 위령사업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충북도는 현재까지도 묵묵부답이라며 유족회는 분노하고 있다. 신경득 고문은 “충북도로부터 공문을 전달받은 것이 전부다. 공문에는 충북도는 유해발굴 계획도, 위령사업 계획도, 예산도 없다고 한다. 아직까지 사과한마디 없다”며 “사실 따지고 보면 이번 일의 책임은 청주시보다 충북도에 더 있다. 충북도는 처음부터 유족들을 무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충북도 산림환경연구소 관계자는 “사방댐은 청주형무소 사건 희생지 위치와 30미터 이상 떨어져 있다. 청주시는 벌채와 운재로를 개설하면서 희생지를 훼손하게 됐지만 충북도의 사방댐 공사는 훼손과는 무관하다. 사방댐으로 인한 희생지의 직접적인 훼손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족회는 충북도 및 청주시에 위령사업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특별법 제정을 통해 위령시설과 제단을 설치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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